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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추천][영화추천] 히든피겨스 (Hidden figures)
    그믐🌚 독후감/그믐🌚 영화 2022. 1. 7. 15:48

    길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일이 생겨,
    뜨개질과 넷플릭스용 아이패드를 챙겼다.
    뭘 다운받아가지하다가 전부터 봐야지 봐야지하고 마치 중1 집합단원만 10번 예습하는 중학생처럼 남겨뒀던 히든피겨스를 다운받았다.(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와 구경이와 함께)
    갈때는 새로 개봉하는 스파이더맨을 기대하며 뉴유니버스를 봤고, 드디어 올라올 때 히든피겨스를 재생시켰다. 

    나는 슬픔에 관한 면역력이 높지 않아 정말 울고 싶을 때가 아니면 충분한 슬픔이 예견되는 미디어를 잘 못 본다.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지만, 슬픔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올라오는 기차 내내 마스크를 쓴 채로 눈물콧물 닦느라 너무 힘들었단거다.

    흑인이면서 여성으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내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와닿았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함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하지만 그 당연함을 누리지 못하고, 자신이 가치있고, 능력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온 삶을 통해 말그대로 ‘투쟁’해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능력도 좋았지만, 좀 더 나은 상사복과 운이 따라 나중에나마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행운없이, 그 가혹한 환경과 차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러져갔을지 생각해보게 됐다. 

    Hidden Figures
    말그대로 숨겨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숨겨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니,
    반대로 상대적으로 숨겨지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이 생겼다.
    앞에 나오는 사람 또는 나서는 사람.
    대표가 되는 사람.

    뒤에서 순종이란 이름으로, 또 어쩌면 섬김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누군가를 받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앞의 사람에게 가려지기 십상이다.

    내가 우리집에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안해봐서 그래. 해보면 다 할 수 있어.”인데,
    물론 사람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특출난 재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삶의 대부분의 일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다
    고 믿는다. 

    앞에 서 본 사람이 또 다시 앞에 서기 쉽다.
    성공을 경험해 본 사람이 그 다음 성공의 기회를 잡기 쉽다.

    우리 사회는 늘 그래왔듯이 앞에 서 온 사람들이 있다. 크게는 당장 각 나라의 대통령들을 보거나, 작게는 각 가구 주민등록등본의 세대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처음부터 능력을 가졌기에 그 능력을 키워 그 자리에 앉은 걸 수도 있다. 그들의 노력과 경험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그 단위가 작아질수록 우리는 특정 사람들에게 더 관대히 앞에 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왕관을 쥐어주진 않았는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능력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내며 살면서도 한번의 실수에 미끄러지지만,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자리에 앉고, 자리에 의해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능력주의?
    말은 좋으나, 허울뿐이다.
    같은 능력을 가졌다해서, 같은 출발선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어떤 능력은 경험을 반복해야 쌓을 수 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 할당제가 중요한가?
    보편적 복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에서 왜 아직 선별적 복지를 포기할 수 없는가?

    대표자의 인성을 떠나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는 세상 외의 다른 이의 세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내 경우엔 쉽지 않은 걸 떠나서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어떻게 한 사람이, 그리고 어떻게 일부가 전체를 포용하며 대표하겠는가. 

    당장 연구할 때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하는 경우에도, 의미 있는 표본이란 모집단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표본이다. 자연스레 두었을 때, 복합적으로 쌓인 유리천장과 차별 속에서 의미 있는 집단이 구성되지 못하니, 제도를 두어서라도 그 집단의 모임에 의미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이다. 

    역차별을 이야기 하기 전에 혹시 자신의 머리에 왕관이 씌어져있지는 않은지 머리 위를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차별에 역이 붙을 수 있는 이유는 선행차별이 표면으로 드러나 이슈가 되기까지 싸워온 수년간의 역사와 고통받은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 기반되었기 때문이다. 

    역대급으로 올해의 대선이 정말 흥미없지만 내 표가 다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내 표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표(死票)가 아니라 이 지루한 논쟁을 끝내는 사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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