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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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105,000원의 화해 비용🌚 그믐 조각 2022. 5. 27. 18:20
나는 용서한다. 생일이랍시고 원하는 북토크를 신청하고, 땡볕 더위에 무작정 서울로 출발했던 내 자신을. 그 날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느라 그 주 내내 얼굴 피부 발진으로 고생하게 한 내 자신을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생일이라는 핑계로 조금 비싸지만 좋아하는 회가 잔뜩 올라간 덮밥을 먹고, 책방 한 곳 당 책 1권만 사기로 약속해놓고 2권을 사버린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무슨 책인지도 모르면서,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라는 이유로 랜덤인 생일책을 구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지를 풀어 내니 좋아하는 유명한 작가여서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좋아하는 유투버의 푸딩 맛집을 들려, 차와 푸딩을 후루룩 다 먹어버리고 푸딩이 너무 맛있다는 이유로 아이스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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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관하여🌚 그믐 조각 2022. 5. 20. 15:16
나는 보라색을 싫어했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를 공부할 때였을까? 선생님은 소녀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이 소녀의 죽음을 암시한다고 하셨다. 보라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라며……. 어린 나에게는 그게 큰 의미로 다가왔었나보다. 여즉 보라색을 께름칙한 색이라 여기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색에 대해 내게 물어봤을 때 보라색을 제외한 색이면 다 좋다고 대답했던 것을 보면. 그러나 내 옷장을 열어보면 그 안엔 다양한 명도의 보라색상의 옷들이 들어차있다. 내 사무실 책장 위 가장 긴 시간 자리를 지킨 형광펜 역시 보라색이며, 오늘 택배로 받아본 후드티 역시 보라색이고, 내가 오늘 사온 꽃마저 보라색이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해왔던 것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선에서 여지껏. 보라색에 대한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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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행복과 불행🌚 그믐 조각 2022. 5. 16. 12:04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1. 나는 아침에 내가 키우는 식물들이 어제보다 얼마나 자랐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에 행복함을 느낀다. 2. 나는 집을 나설 때 제멋대로 피어있는 우리 아파트의 화단을 바라볼 때 행복함을 느낀다. 색이나 종을 고려하지 않고, 잡히는대로 이것저것 심은 듯한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무질서에서 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감사하다. 3. 나는 내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그 성취감이 나를 채우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책을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뜨개질 작품을 완성했을 때, 요거트 한 통을 다 비웠을 때, 피아노 한 곡을 실수없이 온전히 쳐냈을 때. 모든 순간 자기애가 풍선처럼 빵빵해지는 순간에 행복함을 느낀다. 4.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운동할 때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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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가장 맛있었던 식사에 대하여🌚 그믐 조각 2022. 5. 6. 19:49
다이어트.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크고 작은 고통들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또한 저와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도, 불행하게 하기도 합니다. 엄마와 이 문제로 싸운 날은 정말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유난히 반짝반짝 기름진 음식, 뇌가 띵할 정도로 달달한 음식이 땡깁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저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 끊임없이 달달한 과자들을 챙겨 다니곤 하니까요. 맞습니다. 저는 과체중일뿐더러 옷을 살 때 남들보다 배의 시간을 들여야 제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은 옷이 내가 원한 색과 재질이 아니더라도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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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일기] 두번째 돌다리🌚 그믐 조각 2022. 1. 3. 13:27
두번째 돌다리 연차로만 5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빨리 가는지, 학교에서 겪었던 사회생활과 직장에서의 사회생활은 책임감과 더 느슨한 관계망이라는 차이에서부터 맺는 관계의 결이 달랐고, 나는 내게 주어진 더 큰 사회의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자 한 발 한 발 조심해야했다. 세상에서 사회초년생인 내게 제일 처음 알려줬던 것은, 놀랍게도 세상엔 또라이가 많다는 제법 단순한 진리였다. 비교적 순한 아이들 사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자부하고, 대개 그 시절 그 아이들이 그랬듯 그들 수준의 최선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관계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 안에 이해받지 못하는 각자의 어둠과 슬픔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각자의 상처들은 유야무야 파헤쳐지기도 하고 덮어지기도 하며 우리는 어설프지만 길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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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일기]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마라?🌚 그믐 조각 2020. 3. 11. 01:46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마라.' 한참 SNS에 유행처럼 돌았던 말이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뭘까? 나는 지난 몇주간 근무할 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근무 태도가 되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경계하기 위해 지난 주 기도제목을 나눌 때 해당 구절을 이야기하면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 주동안 이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역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았다. 나의 쾌 또는 불쾌함을 느끼는 감정이, 어떤 일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지는 입장이나 자세가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 닥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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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웹툰 추천 BEST 3🌚 그믐 조각 2020. 2. 7. 20:30
안녕하세요, 그믐● 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좋아했던 웹툰을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제 취향은 잔인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일상적인 것 또는 희망찬 내용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3. 구사일생, 이랭 https://www.myktoon.com/web/works/list.kt?worksseq=778 #모험 #사회풍자 #저승 #저승라이프 말 그대로, 저승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와 소재가 비슷한듯하나 또 다른 감동을 받으며 정주행중입니다. 현재 2부까지 완결난 상태이며, 최근 화를 보면 구사일생 제목의 의미에 대해 작가님이 해설해두셨습니다. 과연 주인공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인지? '사람은 평면적이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의 선인도, 악인도 없다'가 제 모토인데 보면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