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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책추천] < 무민은 채식주의자, 구병모 외 16인, 방주로 오세요, 구병모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5. 9. 13:30

    저번 글에 말했던 나머지 구병모 작가님의 책을 가지고왔습니다 ㅎㅎ

    바로 무민은 채식주의자와 방주로 오세요 입니다.




    무민은 채식주의자는 저번에 독서록 남겼던 다름아닌 사랑과 자유처럼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름아닌 사랑과 자유는 실제로 작가님들이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내용을 기록한 에세이라면,

    이번 무민은 채식주의자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사용한 점이 차이점같습니다.

    작가님들이 현실에서 조금 비틀어서 글을 썼을 뿐인데 마음을 울리는 깊이의 정도가 정말 굉장해서, 

    소설이라는, fiction이라는 글의 형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전이 많은 글이라 책의 내용을 적진 않고, 편집부에서 작성한 기획의 말을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걷는사람 편집부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일, 우리 안의 야만성, 잔혹성, 폭력성을 아프게 직시하는 일.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지요. 여기에 문학이, 소설이 고유의 방식으로 작은 역할이나마 해낼 수 있었다는 데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의 기분을 잊지 않고, 걷는사람은 계속해서 걸어가겠습니다. 밤의 골목을 누비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당차게."


    구병모작가님은 보면 볼수록 생각이 깊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번 소설을 쓰기까지 그동안 작가님이 겪어왔던, 보았던 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져오셨는지가 나타나거든요.

    권력과 혁명

    그리고 끈질긴 민중의 생명력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고, 그 폐허를 기반으로 하나의 도시가 건설됩니다.

    그 도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권력층들이 그곳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그러고나니, 그 도시를 권력층들이 살기에 더 편한 곳으로, 더 좋은 곳으로 돈을 퍼부어가며 만들어가죠.

    그 곳에서, 그 곳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108p. "사람과 물자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위의 땅 상당 부분을 엘리베이터 전용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해야 했는데, 초대형 초고층 엘리베이터가 완성되기까지 총 43명의 인부가 사고로 실족사하거나 산소 부족 등 신체적 압박으로 인한 공황상태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엘리베이터 최상층에 도착하면 이동 통로를 거쳐 도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진입로는 도시에 있어서 일종의 공항이었는데, 진입로가 끝나는 곳에 도시 입구와 물자 교역 센터를 마련했다. 그리로 수많은 사람과 문물이 빨려 들어갔으며, 이곳에 거점을 마련한 개발계획단은 독자적인 도시 유지 시스템을 만들어나갔다."


    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건설에 목숨을 잃은 43명의 노동자.

    남의 일이 아님을 느낍니다.

    이천시 화재도 그렇고, 우리는 노동환경개선 및 안전에 더욱 더 신경써야 합니다.

    당장의 개개인의 인식 제고부터 법안 마련까지요.


    110p. ""사실 나 하나 편하자면 노예로 살아간다고 불편할 건 없어, 기분만 조금 더러울 뿐이지. 하지만 이들은 언제까지 지상의 사람들을 버려두고 저희들끼리 희희낙락하면서 살아갈까? 지상에는 내 가족이 있는데. 이 생각을 하면 얘기가 달라져. 지상의 사람들을 살아갈 수 없게 하는 건 기후나 돌연변이 생명체가 아니고 물자 부족도 아니야. 참을 수 없는 상대적 불평등이지.""


    111p. ""그럼 이건 변혁이나 혁명 모임입니까?"

    지금까지 나서지 않고 홀로 피안의 세계로 떠나 있는 듯했던 두인이, 행여 달리가 깨어나 다시 행패라도 부릴까 조심조심 물었다. 

    시온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한 능력은 없어, 현실적으로. 하지만 능력이 없다고 해서 한자리에 주저앉아 불평만 하고 있기도 싫고."

    "아니, 제 말은…… 구체적으로 뭘 하려는 겁니까?"

    "처음 동아리 소개 때 말했지. 학생들끼리만 있는 자율적인 자리였는데도,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강당을 관찰하고 있을지 몰라서 나는 최대한 은유적으로 말했더랬어. 우리는 책을 읽고 문자가 지시하는 바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풍부한 교양을 쌓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곳에 온 너희들은 삶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거나 최소한 일정한 상을 그리고 있을 터다. 그 그림을 이룬 선이 더욱 또렷해지기를 바라는 사람, 자기가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오라고. ……원래는 그렇게 회원을 모집한 뒤에, 그 중 정말로 뜻있는 친구가 있는지 관찰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개별 접촉을 하려고 했어. 하지만 보다시피 인원이 너무나 가족적이라 이렇게 속에 있는 얘기를 처음부터 하게 됐어. 그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건 무슨 자폭 테러단 모집하는 것 같은 말입니다."

    "어느 정도 비슷한 얘기야. 바꿀 재주는 없지만 부숴버리는 건 맘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 있지."

    다음 말이 나오기 직전 마노의 심장은 곡예를 하기 위해 꼬리로 수면을 박차는 돌고래처럼 세차게 뛰어올랐다. 온몸이 물이 되어 피부를 뚫고 튀어오를 것만 같은 세찬 호흡을, 숨겨야 한다. 

    "우리는 이 학교, 폭파할 거야."'


    232p. "덕분에 나 마지막으로 짐 챙겨 나오던 날은 기숙생들이 나 가는 뒤에다 대고 진짜로 소금 뿌리더라.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너희들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모두가 무죄에 순결할까? 두 손 놓고 가만 앉아 있는 건 죄가 아닌가? 난 잘 모르겠어."


    시작은 학교였으나, 보고 배운 것이 많은 학생들이 앞으로 이 사회에서 펼쳐나갈 그 혁명의 씨앗들이 어떻게 자라날지 궁금해집니다.

    일부러 책에 연도를 기입하지 않은 작가님의 섬세함마저도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숨돌릴 틈 없이 읽었습니다.

    제가 인상깊었던 부분만 잘라 올리는 것이니, 제가 느낌 감동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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