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독후감] [책추천] <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5. 15. 01:00

    이번에 가사가 좀 어려운 중국노래를 골라서, 가사해석이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ㅠㅠ

    그와중에 틈틈이 읽어 낸 독후감 올리고 자러 가겠습니다~

    이 책은 정희진 작가님께서 영화를 읽고 남긴 감상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똑똑한 사람은 역시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 감상의 깊이가 남다르더라고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럼 독후감 시작하겠습니다.



    <머리말, 한 편의 영화가 내 안에 들어올 때>

    19p. "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 아닐까.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인생 문제가 영화에서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타인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혼자 있고 싶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인 더 컷, 남성이 요부가 될 때>

    43p. "여성의 섹스가 매춘이든 사랑이든, 남성의 요구가 아니라 여성 자신의 선택일 때, 여성은 목숨을 잃는 것을 포함해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피아니스트, 마조히즘을 욕망하는 남자?>

    54p. "사랑은 여자의 일이다. 사랑(관계)을 유지하기 위한 감정 노동, 육체 노동, 그 모든 비용은 여자의 몫이다. 여성이 그 일을 그만두는 순간 이기적인 여자라는 비난과 함께 대부분의 연애는 끝난다. 성별 사회에서 여자에게 사랑은 사회적 관계, 생존, 돈, 자아 실현, 성취 같은 인생의 모든 것이기 쉽지만, 남자에게 사랑은 언제나 다시 올 버스, 여러 버스 중 한 대 일 뿐이다. 남자가 사랑에 울고불고할 때는 자기가 찬 것이 아니라 차였을 때, 즉 게임에 지고 거부당해 자존감이 다쳤을 때 뿐이다. 닐 세다카의 <You mean everything to me>? 김소월의 <진달래꽃>? 그들은 남자지만 여성 화자로서 말한다. 반면 여성 작가가 남성 화자로서 말하는 작품은 별로 없다. 남자는 두 영역을 모두 오갈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 수 없다."


    <문라이트, 마지막 장면>

    97p. "새삼스러울 것 없는 얘기지만, 우리가 본 영화는 우리의 인생과 붙어 있다. 몸으로 영화를 본다. 영화의 내용은 감독의 '연출 의도'가 아니라 관객의 세계관에 달려 있다. 누구나 자기의 삶만큼 보는 것이다."


    <끔찍하게 정상적인, 가해자를 찾아가 만난다면>

    124p. "외교적인 차원에서 '적과의 대화'는 가능하다. 이것은 인간의 생존 방식이다. 우리는 누구하고나 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 의식에 찌든 가해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 나는 대화나 평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의심하는 편이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우리 사회에선' 대화하고자 나서는 사람들은 그럴듯해 보인다. '있어 보인다.' 

     당연히 대화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對/話)는 기본적으로 적대 행위라는, 대화의 의미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겸손한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대화를 제안하기 전에 상대가 왜 대화를 꺼리는지, 왜 대화가 불가능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약자에게 대화는 어려운 일이고, 강자에게는 귀찮은 일이다. 가해자가 대화를 먼저 요구할 때는 자기 필요에 의해서이고, 피해자가 대화를 청할 때는 "나한테 왜 그랬나요?"라고 묻기 위해서이다. <끔찍하게 정상적인>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면을 다루지만, 피해자는 무너지지 않고 가해자의 멱살을 잡는다.

    피해자에게 도움까지 주겠다는 가해자의 팽창된 자아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찌질하고 비겁하면서도 동시에 배려와 시혜의 주체가 되려는 이들. 이들은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자기의 잘못을 알고 있는 타인이 지치기를 바란다. 증인 살해. 군 위안부 문제가 그렇고, 세월호가 그렇다. 약자의 투쟁에 시간 끌기로 대처하는 것이다. 끔찍한 정상성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착한' 여자의 '나쁜' 남자 순례기>

    133p.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 힘을 내서 우리 자신을 지켜내는 바람직한 방식을 찾았으면 한다. 결국 자신의 역량을 믿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는 그 다음이다. 피해도 억울한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나쁜 사람은 타인의 자존감, 의욕, 믿음을 도둑질한다. 마츠코가 내 앞에서 그들을 가로막고 있다. 그녀의 보호를 받는 관객들이 행복한 이유다."


    <거북이도 난다, 상처와 응시>

    160p. "'침묵당함'은 또 다른 폭력이다. 상처를 숨기는 대신, <거북이도 난다>에서처럼 고통에 대한 설명 불가능성을 향해 돌진하는 것, 자기 상처를 응시하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간헐적' 폭력이라면, 전쟁과 평화의 분리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 폭력이다. 영화는 피 흘리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절박하게. 일상적 폭력을 평화라고 믿는, 침묵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고통스러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참혹함과 아름다움은 양립할 수 있다."


    <송환, '정치적인' 남성, '비정치적인' 여성?>

    170p. "<송환>의 주인공들은 북한이 그런 잘못을 할 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납북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폭력은 한국의 젠더 문제 때문이 아니라 외세 문화의 산물이므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미군이라 확신한다. 30~40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이 성 평등 의식이 없다고 해서, 북한 사회주의를 아직도 맹신한다고 해서, 매사에 계몽적이고 설교조라고 해서 그들을 비판할 수 있는 '윤리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 현실적을로 그들과의 소통은 그들의 고통을 위대한 역사로 인정한 후에만 가능해진다. 나는 한국 사회가 그들과 대화할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YMCA 야구단, 타인의 시선으로 1루까지 걷다>

    192p. "우리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언어의 역사다. 언어는 인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의 총체적 체계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사회는 외부의 이익에 휘둘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민중의 것이 된다."


    <사방지(士方知),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러나 인간인">

    216p. "우리는 흔히 '차이가 차별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이 차이를 만든다. 차이가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먼저 온다. 불평등이 있기 때문에 차이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권력이, 인간들 사이에 무엇이 의미 있는 차이인지 혹은 의미 없는 차이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흑인 노예가 필요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피부색이 문제되지 않았다. 인간을 양성으로 구분하는 것은 성차별 사회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원문을 잘라 제게 인상깊었던 부분을 올렸습니다.

    원문을 직접 읽으시는 것이 작가의 의도 및 줄거리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