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독후감] [책추천] < 문학동네시인선 100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5. 17. 16:00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제가 함축되어있는 의미를 읽어 내는 부분이 약해서)

    이번에 추천받은 시집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시인분들이 이 시집에 시를 담으셨지만, 그 중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시 3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김형수 시인님의 산문, <식물도 길을 잃는다> 입니다.

    전문을 싣기보다는 인상깊었던 구절을 적어보자면,

    "하늘이 높아선지 땅이 넓어선지 가을 궁남지에서는 생명의 기운들이 자꾸 길을 잃는다. 꽃이 열매로, 열매가 씨앗으로 가는 길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식물이 길이 올해 처음 열린 것도 아니다. 대장관은 그것들이 수명을 마치고 우주의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장엄한 순간이다. 바람 속에 해체되는 존재의 마지막 모습이야말로 대미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개인적으로 요즘 많이 고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전에 <다름아닌 사랑과 자유> 독후감에도 썼듯이,

     인간이 어디까지 다른 생물들의 삶에 관여할 수 있는가, 혹은 해야하는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지만,

    자연이 자연그대로 수명이 다해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보기 어려워하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삶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라 보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백년만년 해로하고 싶은 마음을 다른 생물들에게 우리가 투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는, 배영옥 시인님의 <고백>입니다.

    <고백>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직 말하지 않음으로

    나는 모든 것을 말하였으므로.



    저는 침묵의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언행에 내가 덧붙이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내 의견을 표명하곤 하죠.

    물론, 내 의견을 마음껏 개진하는 것이 속시원한 방법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론 사회적 여건에 의해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땐 웃지도 않고 침묵함으로 내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때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마지막은, 한영옥 시인님의 <측은하고, 반갑고> 입니다.


    <측은하고, 반갑고>

    딸 많은 우리 어머니

    이 딸에겐 저 딸 얘기

    저 딸에겐 이 딸 얘기

    점잖으신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던걸

    이 사람에게 저 사람 흘리고

    저 사람에게 이 사람 흘리고

    사람이 모질어서 그런 것 아니라네

    말이라는 게 원래 정처가 없다네

    오래 전 고향을 잃었다는 낭패감에

    외롭고 허전해서 불쑥불쑥 앞질러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 것이네

    모르는 새 앞지른 말 놓쳐버리고

    울상 지으며 안절부절하는 이여

    괜찮네 본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네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엄마와 딸이 담긴 이야기를 요새 즐겨 읽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참 어렵고 사랑이 많은 관계라 생각합니다.

    그 감정들을 담을 말이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제목을 보고 그 중 하나의 감정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측은함'입니다.

    그 때 그 시절 엄마의 꿈도 사랑도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여 날 키워낸 엄마의 

    그 때 그 시절 꿈에 대한 측은함.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