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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책추천]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6. 14. 16:3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이 인스타에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읽어야 할 페이지가 적어지는 것이 아쉬운 책이라며 소개글을 남기셨다. 

    그것을 보고나니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바로 책을 구매했다.





    과연, 작가님이 왜 그렇게 남기셨는지 알 것 같다.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삶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순 없겠지만,

    현존하는 여러 사회문제와 얽혀 오염되기 전의,

    진짜 함께 사는 공동체란 이런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었던 부분을 옮기겠지만,

    단순히 흥미로운 부분에 그었을 뿐인 밑줄이고,

    저와 작가님이 느꼈던 재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책을 직접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싸움의 기술>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 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함께 사는 사람 사이에서, 싸움의 승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기더라도 앞으로 나와 함께 얼굴 맞대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니 말이다. 서로에 대해 쌓인 오해, 감정이 풀리지 않는다면 싸움의 의미가 없는 셈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함께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야말로 싸움의 진정한 의미이다. 


    <발가락이 닮았다>

    " 한 팀에서 일하던 중국인 동료 우예 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국 인구가 13억이에요. 20개가 넘는 성이 있고, 지역별로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몰라요.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이렇다'고 한국인들이 너무 쉽게 말하는 걸 들어요. 나는 한국인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내가 10년이 넘게 한국에 살면서 만나고 가까워진 한국 친구들은 모두 다르거든요." 

    잘 모르는, 멀리에 있는, 애정이 없는 대상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뭉뚱그리고 퉁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그 개별성이 소중하고 의미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던 부분이다. 누군가를 잘 모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알면 알수록 이 사람의 다양한 면, 깊은 생각에 감탄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대가족이 되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처럼 대가족이 되자 기쁜 일도 많아지고 슬픈 일도 많아진다. 한데 또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대가족이 되면서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지날 것이다."


    사람 인(人)한자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그랬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기대어 있는 한자로 만들어져있는거라고.

    그런데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이 땅위에 내 두 발로 온전히 딛고 서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지탱해주고 있었구나.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었구나

    네가 날 지지해준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역시 누군가를 지지해주며 그렇게 함께 사는 것이다.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

    "'엄마의 손맛'이라는 프레임으로 집밥을 신비화할수록 엄마들은 힘들어진다. 요리를 잘하는 엄마들은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요리를 못 하는 엄마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니까. 누가 만들건 간편하게 식사 준비를 나눠서 거들고, 가급적이면 밖에서 사 먹으면서 집안일을 줄이면 좋을 것이다."


    <밥 잘 얻어먹는 법>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데 밥을 얻어먹는 사람은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감별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평할 자격이 주어지는 거 음식에 돈을 지불할 때밖에 없다. 그 경우에만 음식에 비해 가격이 적정한지 말할 자격이 생긴다.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은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한 고귀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익히고 그릇에 담아서 내어준다. 그 음식은 내 몸속에 들어와 피와 살을 만들고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세상에 이것보다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먹는 음식은 맛있다."

    세상은 넓고 당연한 걸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모르면 머리에 박아놓자.

    다른 건 다 됐고,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산다>

    "어느 날 테이블 위의 책 무더기 중에 『예민함이라는 무기』 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동거인이 생전 처음 아주 가까이서 지내게 된 예민한 자를 이해해보려고 산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크게 공감하며 읽었고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도 다루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나와 상대의 다른 점이 더 또렷하게, 자주 콘트라스트를 이루므로. 그 다른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고 나자 오히려 동거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지각하는 게 아님을, 애초에 당신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으므로."


    나는 사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았다.

    아니,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아님을 알았다.

    내가 마냥 옳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마냥 옳은 것 역시 아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워낙 다양한 시각과 견해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우리.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서류에서 분류되지 않는 관계가 분명 현실에 존재한다. 만일 내가 지금 어딘가 갑자기 아프거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부산에 사는 연로한 어머니를 불러오기보다는 바로 곁의 동거인에게 보호자 역할을 맡길 것이며 나 역시 간병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병원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그냥 '친구'보다 서로 더 책임과 의무를 지는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생겨난다면 우리와 친구의 경우를 다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생활동반자'같은 건 어떨까.

    지정한 동반자에 대해 소득세 공제,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의료 기록 열람권 등을 허용하는 생활동반자법이 이런 필요에서 논의되는 중이다.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파트너들이 세금과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미 프랑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민 결합' 같은 제도다.


    "생활동반자법이 기존의 가족 관계를 부정하거나 흔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진선미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기존 가족 관계를 위협하는 건 특정한 제도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돌보며 살 수 없도록 하는 팍팍한 현실입니다. 생활동반자법은 사람들이 서로 돌보고 가족을 이루어 살도록 장려하는 가족 장려 법안입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성소수자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함에 따라 법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런 제도를 허용하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들도 영향을 받아 그런 '비정상적'인 형태의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과연 사람인지, 제도인지 궁금하다.

    제도가 어떻든간에 이미 제도권 밖의 사람들이 생겨났다.

    제도 밖의 사람들은 그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자기들 딴에 제도 안의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제도를 고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뭐가 어쨌든 간에.

    '사람이 먼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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