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후감] [책추천] < 유원, 박온유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6. 27. 16:00
감사하게도 창작과 비평의 사전서평단 신청이 통과되어, 우연한 사고로 인해 비극적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 '유원' 의 사전서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성장소설을 즐겨읽는 편이었는데, 작가님께서 섬세한 감정묘사를 잘하셔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살면서 나는 크고작은 내 선택에 의해 그리고 주변 환경에 의해 겪는 여러가지 경험과 사건은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런데, 내가 제어할 수 없고, 완벽히 외부에 의한 커다란 사건이 생기고, 모두가 나를 그 프레임에 가둔 채 나를 대한다면?
어떤게 진짜 나일까? 그런 상황이더라도 나는 진짜 나를 주장하며 모두의 눈에서 콩깍지를 벗겨 낼 수 있을까?중학교 한문 시간, 선생님께서는 사람 인자에 대해 설명하며, 그 누구도 홀로 사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고 말씀하셨다.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기대어가며 살아간다.그러나 모두들 자신의 두 발만큼은 각자의 아픔을 딛고 그 위에 서 있다.유원이는 기본적으로 상냥하다.19p. “”교복 소매에 립스틱 묻으실까 봐.”나는 알바생에게 선크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바생이 추천하는 선크림을 하나 사서 나왔다. 아직 다 쓰지 않은 선크림이 집에 몇 개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선크림이 필요하다고 했지.”자신을 향한 친절에 쉽게 감동하고, 덜렁거리며, 인간관계에서 실수하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다.나를 통해 죽은 언니의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나는 나다울 수 없는걸까 고민하는 원이의 모든 고민이 안타깝다.심지어 한 소단원의 이름은 마땅한 죄책감이다.83p. “”얘, 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너는.”나는 얼어붙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우친 것처럼.나는 그 길로 도망쳤다. 집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이 잦아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 눈빛과 목소리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꿈속에서도 맴돌았다. 할아버지는 그 말 외에 덧붙인 것도 없었다. 그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옭아맸다.”피해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누가 정의하는걸까?94p. 언니가 지겹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딸꾹질을 했다.”100p. “중학교 때부터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학원에 갔다. 엄마 아빠가 강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자기 주도 학습이 불가능한 나 같은 애는 엄격한 학원에 가야 성적이 오른다는 것을 좀 일찍 스스로 깨달은 것뿐이었다.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사고가 없었다면.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196p.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죄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원이에게 강제로 죄책감의 무게를 씌우는 한편,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언니가 지겹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딸꾹질을 한다.하지만 친구 수현이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원이는 단단해졌고, 무거운 분노와 죄책감을 버티고 설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다른 사람을 향한 연민까지. 앞에서 얘기했듯 원이는 상냥하다.199p. “”유원아.” “네?”아저씨는 무슨 말인가를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기다렸다.“너. 별로 안 무거웠다. 그냥…… 사람 몸은 원래 약하다. 다 잊어버려라.”그렇게 말하고 아저씨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앞으로 걸어갔다.…아저씨는 신호가 오 초밖에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달렸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오 초 안에 건널 수 없을 것이었다. 빨간 불로 바뀐 후 잠시 동안은 차들이 아저씨를 기다려 줬지만 금세 참지 못하고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려 댔다. 그 순간만은 나보다 그들이 더 아저씨를 증오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아랑곳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고 이내 트럭과 버스가 출발하며 아저씨 모습을 가렸다. 아저씨가 미움에 익숙한 사람이어서 마음이 욱신거렸다.”사람은 입체적이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왔지만, 실생활에서 이걸 경험할때마다 나는 아직도 당황해하곤 했다.이 사람은 내게 정말 나쁜 사람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쉽게 베푸는 친절함을 보면 그 괴리감이 어색했다.하지만 이제는 나 역시도 누군가가 보기에 악인이면서 선인이겠지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아저씨는 영웅이면서 부담스럽고, 나쁜 아빠이다. 아저씨가 아저씨의 가정에게 행한 짓을 감싸줄 마음은 없지만 유원이가 느꼈을 아저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가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 하련다 ㅎㅎ 수현이가 말했듯, 수현이와 그 가정이야말로 힘든 분투를 했을 것이니 그쪽이 더 마음이 쓰인다.221p.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옥상에서 아래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단순하게 불안함과 공포라고 여겼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건 잠재의식 속에 사고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절이라도 할까 봐 지레 겁먹고 놀이 기구는 엄두도 못 냈다. 그러나 이 곳에 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무서워하지 않구나. 나는 오히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전율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신기하고 즐겁다.원이의 첫 낙하는 언니와 아저씨의 희생과 누군가의 트라우마, 상처로 남아 다가가기 어려웠지만,앞으로 원이는 그 낙하감과 전율을 사랑할 것이다.상처를 딛고 일어나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란 그런 것일 것이다.때론 내가 선택하지 않은, 혹은 선택했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무언가로 남에게 규정될 때,유원이가 그 중압감을 마주하고, 아저씨에게 똑바로 자신의 고마움과 불편한 마음을 이야기했듯이,우리 모두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기를.내 아픔을 똑바로 보고 딛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책에서도 나왔듯이, 유원이의 이름처럼you want.당신이 되고싶은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그믐🌚 독후감 > 그믐🌚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 [책추천] < 검사내전, 김웅 > (0) 2020.07.26 [오늘의논문][그믐🌚논문읽기] 학령기 다문화 가정 아동의 이야기 쓰기에 나타난 서사담화 요소 사용 양상 - 배희숙 (1) 2020.06.28 [독후감][책추천]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 (1) 2020.06.21 [독후감][책추천]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1) 2020.06.14 [독후감] [책추천] < 문학동네시인선 100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2)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