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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합 105,000원의 화해 비용
    🌚 그믐 조각 2022. 5. 27. 18:20

    나는 용서한다.
    생일이랍시고 원하는 북토크를 신청하고, 땡볕 더위에 무작정 서울로 출발했던 내 자신을.
    그 날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느라 그 주 내내 얼굴 피부 발진으로 고생하게 한 내 자신을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생일이라는 핑계로 조금 비싸지만 좋아하는 회가 잔뜩 올라간 덮밥을 먹고, 책방 한 곳 당 책 1권만 사기로 약속해놓고 2권을 사버린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무슨 책인지도 모르면서,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라는 이유로 랜덤인 생일책을 구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지를 풀어 내니 좋아하는 유명한 작가여서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좋아하는 유투버의 푸딩 맛집을 들려, 차와 푸딩을 후루룩 다 먹어버리고 푸딩이 너무 맛있다는 이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가 주문했던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가고 싶었던 곳과 북토크를 모두 들리느라 2만보를 걷는 바람에 폼롤러 없이 잘 수 없었던 밤을 선사한 나를 용서한다.


    나는 용서한다.
    평소 금전적 이유로, 체력 이유로,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적 이유로 내가 가고 싶고, 하고 싶고, 먹어 보고 싶었던 그 모든 것들을 참게 했던 과거의 나를 용서한다.

    내 스스로의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맞추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용서한다. 그리고 나는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용서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힘차게 나대로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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