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믐 일기] 두번째 돌다리
    🌚 그믐 조각 2022. 1. 3. 13:27

    두번째 돌다리
    연차로만 5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빨리 가는지,

    학교에서 겪었던 사회생활과 직장에서의 사회생활은 책임감과 더 느슨한 관계망이라는 차이에서부터 맺는 관계의 결이 달랐고, 나는 내게 주어진 더 큰 사회의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자 한 발 한 발 조심해야했다.

    세상에서 사회초년생인 내게 제일 처음 알려줬던 것은, 놀랍게도 세상엔 또라이가 많다는 제법 단순한 진리였다. 비교적 순한 아이들 사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자부하고, 대개 그 시절 그 아이들이 그랬듯 그들 수준의 최선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관계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 안에 이해받지 못하는 각자의 어둠과 슬픔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각자의 상처들은 유야무야 파헤쳐지기도 하고 덮어지기도 하며 우리는 어설프지만 길게 인연의 끈을 이어왔다. 그래서 사회에서 처음 겪어보는 상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하나 지끈지끈한 머리를 한참 붙잡고 있기도 했다.

    같은 반이고, 같은 학교라는 큰 울타리가 사라진 사회에서 ‘그래도 일은 해야하니까’ 라는 마음으로 엉성하게 묶인 하나의 팀 속에서 만난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처음 두드려 본 돌다리는 한 사람에게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100% 선하거나 100% 악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글을 쓴 기억이 있는데, 이 깨달음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강요할 수 없다는 흐름으로까지 이어졌다. (내가 친절한 호의를 받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건 당연하니까.) 누군가 내게 불친절하게 행동하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함몰되었었는데, 사실 그 사람의 원래 성격과 현재 처한 상황 등 내가 하나님도 아니고, 그 사람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일부의 행위만 보고, 그 행위에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며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쉼을 앞두고 내가 건넌 두번째 돌다리는
    내 의도가 선하다해서 그것을 받는 사람들에게 내 선의가 모두 선의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 의도가 선하다해서 결과가 꼭 선한 것도 아니고, 나는 모두에게 온전히 선할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명제가 나를 좀 더 자유하게 했다.
    나는 은근한 fm이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는데, 애초에 나는 모두에게 착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나 할까. 나는 내 선한 의도가 선하게 전달되고, 선한 결과가 있기까지 가슴을 졸이고 애써야했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내 몫이 아니며, 그 몫은 상대방에게 넘겨 주어야 하는구나.
    모두가 나처럼 사고하고, 나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내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 이야기해보며 같은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부딪혀야하는게 더불어 사는 것이구나를 이제야 알게 됐다.

    그러니까 징검다리의 첫 돌에서는 다른 사람이 완전히 선하지 않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구나를 받아들였다면, 이번의 두번째 돌다리에서는 나 역시 100% 선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구나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제서야 나에게 엄격한 잣대를 치웠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다고 남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멈출 것인가?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100% 선한 사람이 아니라해서, 내 마음에 있는 1%의 선함을 외면할 수 없고, 또 결과를 떠나서 선한 생각과 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아정체감도 내 안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생활하면서 제일 부딪혔던 것이, “와 나는 어디가서 예수님 믿는다고 말 못하겠다” 는 생각이었다. 왜 직장에서는 유독 요만큼의 희생도 하기 싫을까.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는게 아니고 오히려 흉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게 꽤 깊은 죄책감이 되어 내 마음에 흉이 되었다. 이게 뭔가 거룩해보일까봐 확실하게 덧붙이자면, 행동적으로 변화는 없었고, 그냥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혼자 침체되기만하고, 하나님을 더 찾는다거나 지혜를 구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애초에 성령충만했다면 흉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돌다리를 두드리며,
    아 나는 애초에 100% 선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교만이고, 오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100%가 될 수 없지만, 예수님을 생각하고 의지하면서 1%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넘어져도 다시 걸어가는 절름발이였음을 고백하게 됐다. 이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건 다음에 다시 써야겠다.

    사람들은 다들 자연스럽게 깨닫는 거 같은데 왜 난 꼭 한참을 꼭꼭 씹어먹다가 소화가 되고 나서야 천천히 이해하게 되는지 고민하다가 혹시 나처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든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냥 글을 적기로 했다. 아무생각않고 조용히 사는 것이 편했는데,
    그렇게 허락하지 않으시는 분을 따라 남은 돌다리 마저 건너봐야지 😤😤

    노래는 요즘 최애 노래! ㅎ,ㅎ

    #데이식스 노래를 원래 좋아하는데
    #문득 요즘 내 마음을 누가 풀어놓은 것 같은 노래라서 추천하구 갑니당

    #오늘의일기 #220103 #휴직첫날 #day6 #diary #일기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