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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주 가장 맛있었던 식사에 대하여
    🌚 그믐 조각 2022. 5. 6. 19:49

    다이어트.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크고 작은 고통들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또한 저와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도, 불행하게 하기도 합니다. 엄마와 이 문제로 싸운 날은 정말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유난히 반짝반짝 기름진 음식, 뇌가 띵할 정도로 달달한 음식이 땡깁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저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 끊임없이 달달한 과자들을 챙겨 다니곤 하니까요. 맞습니다. 저는 과체중일뿐더러 옷을 살 때 남들보다 배의 시간을 들여야 제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은 옷이 내가 원한 색과 재질이 아니더라도 사이즈에 맞는 옷을 찾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일단 결제해버리고 후회하곤 하죠.

    심리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깨달음은 정말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 봄인 것 치고 유난히 더웠던 5월의 어느 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오늘 간식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던 그 시간. “어? 근데 나 지금 별로 배고프지 않은데 왜 뭘 먹고 싶어하지?” 그리고 바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단어. ‘심리적 허기’

    저는 누군가와 관계하며 그 안에서 오는 애정과 인정을 충분히 누리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사람 좋아’인간입니다. 단언컨대 저같은 경우,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사랑은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가족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이어진 기숙사 생활은 저를 가족과 분리시키고, 제 안의 애정과 관심욕구를 충분히 채울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그렇게 텅 빈 마음을 ‘폭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식’을 하며 채워왔던 것입니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살이 쪄 돌아온 딸을 본 엄마는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다이어트 음식, 운동, 방송이 곧 엄마의 관심이 되었습니다. 그것들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 엄마는 저에게 배운 것들을 강요했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저 역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걸 방해하는 것이 바로 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오히려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습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기반된 것이 분명한데도 저희는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며 마음을 다쳤습니다.

    돌고 돌아 며칠 전 저희는 끝내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계기는 엄마가 찾아온 의료의 탈을 쓴 성형 다이어트였고(물론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 단어는 제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도록 낭떠러지로 내몰았습니다. “내 심리적 허기는 당신의 애정으로 채워지는데, 이런 식의 대화는 나에게 사랑으로 와닿지 않는다. 당신의 사랑이 이런 주제를 끌어오는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상처받는다. 이건 날 더 외롭게 하고, 배고프지 않은 배를 자꾸 무엇이든 꾸역꾸역 넣게 한다.” 그리고 엄마 역시 엄마의 속마음을 슬며시 내밀었습니다. “네 건강하지 않음이 나의 잘못인 것만 같고, 그것이 나의 엄마로서의 불완전함의 결과같아 죄책감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나여야만 한다는 불안이 나를 잠식한다.”

    저희는 다이어트의 정석 ‘운동’과 ‘식이요법’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극적인 타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딸인 저를 믿어주는 것’에도 별표를 쳤습니다. 다이어트는 운동 30 식이 70이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먹는 것이 특히 중요했는데, 여기서는 엄마의 의견과 제 의견이 모두 반영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어’를, 그리고 엄마가 건강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양배추’와 ‘두부’를 함께 한 건강식 메뉴입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이지만, 저는 이 메뉴를 고심하는 가운데 있었을 엄마의 사랑을 이제는 볼 수 있어 더 이상 배고프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은 다 기본적으로 이 구성입니다. 가끔 연어 대신 닭가슴살이나 참치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데, 맛도 건강도 가족 안의 화목도 챙기는 일석삼조 식단입니다. 사진은 이번주 금요일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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