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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후감 ] [ 책추천 ] < 호미 , 박완서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12. 23. 15:12

    호미
    박완서 산문집
    22p. “자연의 질서를 긍정하고, 거기 순응하는 행복감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 아무리 4월에 눈보라가 쳐도 봄이 안 올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변덕도 자연 질서의 일부일 뿐 원칙을 깨는 법은 없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배우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사물과 인간의 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가 아닐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62p. “그의 아름다운 편지를 읽으면서 이러고도 안 망하는 까닭이 우리 칠십대들 덕이 아닐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칠십대들은 청소년 시절 조국이 해방되고 독립하는 감격을 맛보았고, 6.25를 당해서는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했고, 전후복구를 위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자식을 낳았고, 뼛골이 빠지게 일해서 그 자식들을 교육시켜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키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식은 정직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키워야 하는 줄 알았고 가난보다는 부정이나 부도덕을 능멸했고, 단돈 몇 푼도 빚지고는 못 살만큼 남의 돈을 두려워했다. 우리는 이렇게 간이 작다. 그러나 간 큰 이들이 아무리 말아먹어도 이 나라가 아주 망하지 않을 것 하나만은 확실한 것은 바로 간 작은 이들이 초석이 되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좀 으스대면 안 될까.”

    90p.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공성사를 외면하거나 대충 엉터리로 치르고 나면 죄의식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건 반성 없는 삶에 대한 역겨움 때문일 것이다. 고백성사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그런 말이 우러나기까지의 반성의 시간이 아닐까. 반성을 하려면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우리에겐 고요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100p. “그 사람들이 나를 속여먹었다고 해도 내가 입은 물질적 손해가 얼마나 된다고 난 가이드도 가마꾼도 혐오스러웠고 더 정 떨어지는 건 나 자신이었다. 나는 약점투성이고 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용기 같은 건 감히 꿈도 못 꿔 본 소인이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아주 경멸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휴머니스트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 있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비인도적인 대우가 거론될 때마다 나는 분개해 마지않았고 창피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만약 그들에게 우리나라 근로자와 동등한 봉급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과연 내가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 고작 그 정도가 내 휴머니즘의 한계다.”

    지난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작가님이 궁금했다. 작가님의 산문집을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작가님의 삶과 상상력에 감탄했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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