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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후감 ] [ 책추천 ] <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 비비언 고닉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3. 3. 15. 22:44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24p. “‘어디서든’ 꽃을 피우려면 사람은 주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낼 만큼 뛰어나거나, 속한 환경에 맞춰 살 만큼 겸손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라면 뜻이 맞는 최소한의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평범한 식물들이 교외의 잔디밭에 심어지는 것과(여기 따분해 보이는 관목이나 저기 쓸쓸한 화단처럼) 풍요롭게 가꾼 정원에 심어지는 것의 차이다. 정원에서는 똑같이 수수한 나무와 꽃인데도 한데 모인 그 풍성함 덕분에 ‘있어야 할 자리’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79p. “지금 내가 아는 것을 계속 지켜내지 못하리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정보를 흡수하기를 거부할 것이었다. 나는 잊어버릴 것이었다.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었다. 다시금 어쩔 줄 모르게 될 것이었다. 통찰은 그것만으로는 구원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날마다 새롭게 말끔해져야 했다. 걷는 일이 나를 정화시켜주었고 깨끗이 씻겨주었지만 오직 그날뿐이었다. 그 일이 매일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걸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걸어야 할 운명이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그랬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사면을 기다리며,  역사상 가장 교양 있는 불만을 고수하면서 혼자 사는 우리는.”

    165p. “갑자기 말들이 내 안에서 죽어버렸다. 익숙한 생각이 스스로 완성되기를 거부했다. 나는 내가 실은 나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던 이야기는 언제나 나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결코 로더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고, 그의 전체를 바라본 적도 없었다. 나는 필요할 때마다 그를 이용해왔다.
    로더는 내 우울이었다. 내 내면의 분열, 나를 아래쪽으로 끌어당기는 힘, 내가 가장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 로더의 분노를 확실히 규정하면서 몇 년을 보내는 일은 나를 기쁘게 했다. 나는 마치 로더 안에서 분노를 찾아냄으로써 내 안의 분노를 줄이려는 것 같았다. 로더와 함께 지내는 동안 나는 정말로 그의 불능 상태를 숭배하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자신의 일부에 계속 몰두할 수 있었다.”

    241p. “삭막하고 실망스러운 세계에 적응한 지 오래인 우리는 안다. 그런 질문들을 하는 일 자체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런 질문들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정이 필요한지를. 하지만 마음을 드러내다 상처받는 게 두려워 불 꺼진 방 전화기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대신, 고닉은 끊임없이 다가가고 말을 걸고 질문한다. 우리의 지성이 서로 만나 한없이 확장되고 뻗어 나가는 순간의 기쁨을, 우리의 목소리가 방해받지 않고 경청될 때 찾아오는 충만한 감정을, 거리의 이름 모를 사람들이 말없이 전해주는 든든한 안도감을, 믿고 소망하고 찾아 헤맨다. 외로움 앞에 꼿꼿하고 싶은 마음과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떻게도 할 수 없을 때 ‘거리로 나가 걷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고닉의 에세이를 읽으며 배운다. 자신이 산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만큼 멋들어진 방식이 또 있을까.”

    무지막지하게 흔들리고 있는 서른의 초입에서 책의 표지 색만큼이나 blue한 책을 읽었다. 속이 시끄러운만큼 책의 진도도 그만큼 더디게 넘어갔다.

    원래 회피형 인간이었지만 이만큼 숨고 싶고 모든 관계를 차단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모든 관계 속 영향력이 무겁다.

    이 혼란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두렵지만 더디더라도 끝까지 책장을 넘기는 게 나니까, 오늘도 일단은 천천히 앞으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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