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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후감 ] [ 책추천 ] < 각자도사 사회 , 송병기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3. 3. 25. 23:06
114p. “개인이 수많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투병과 간병도 문제지만, 반대로 환자의 몸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해도 ‘온전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질병이 낙인이 되어 사회 활동에 차별적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는 암 투병을 했던 사람을 편견 없이 채용할 수 있는가? 몸이 아플 때 걱정 없이 긴 병가를 낼 수 있는가? 그 후 ‘무사히’ 직장에 복귀할 수 있는가? 입원으로 발생한 생계 문제와 보호자의 간병이 가족을 빈곤의 늪에 빠뜨리는 건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갖고 있는가? 분명한 건 질병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신체 기능의 이상으로만, 의학적 근거로만 바라봐서는 그 질문들에 대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보호자의 돌봄이 공론화되지 못하는 현실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 남성 환자의 침묵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을 가진 반면에, 여성의 돌봄은 논의 주제도 되지 못했다. 남편, 아들, 부모까지 돌보면서 주변화되는 보호자의 일상은 침묵에 잠겼다. 보호자는 평소에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남편을 간병하면서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의료 지식까지 갖추게 됐다. 그는 의료진과 환자의 눈치를 봐가며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에게 중요한 파트너였다. 의료진이 말기 의료결정 국면에서 그런 보호자를 두고 ‘가족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보호자(여성)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질병이 빈곤으로 연결되고 빈곤이 질병으로 이어지기 쉬운 사회에서 보호자의 돌봄은 환자가 죽음(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의 돌봄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아찔한 현실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강조는 자칫 ‘환자에게서 손을 떼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타인의 돌봄을 딛고 섰을 때 비로소 행사되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돌봄의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환자의 목소리가 공적으로 울려 퍼지려면 ‘환자의 자율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그의 일상을 떠받치는 ‘돌봄’을 정의롭고 평등한 방식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다 못 읽고 반납해야 했던 책!
현직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 날 때 다시 빌려서 마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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