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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10. 28. 18:27

    원래 좀비, 종말, 전염병같은 재난물을 싫어하던 내가,  

    이번에 페스트를 읽은 이유는 단 하나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공포가 커지던 시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페스트'를 읽어보라고 내게 추천해주었기 때문이다.



    비교하지 않으려해도, 책을 읽으며 현재 우리의 상황과 소설 속의 상황이 맞닿아 있어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12p. "어떤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74p. ""표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고 리유가 말했다.

    "다만 시민의 반수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머지 않아 실제로 그렇게 될 테니까요.""


    97p.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도 거의 어머니를 쳐다보지 않은 채 무관심하게 살던 아들들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어머니 얼굴의 주름살 하나에도 자기들의 모든 불안과 후회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고 뚜렷한 앞날도 보이지 않는 그 갑작스러운 이별에 우리들은 망연자실한 채 아직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어느새 그토록 멀어져 버린, 그리고 지금은 우리들 하루하루의 삶을 가득히 차지하고 있는 그 존재의 추억을 뿌리칠 능력도 없어진 형편이었다."


    98p. "사실 딴 경우라면, 우리 시민들은 좀 더 외부적이고 좀 더 적극적인 생활 속에서 탈출구를 발견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동시에 페스트로 말미암아 시민들은 아무 할 일이 없어졌고, 그 침울한 도시 안에서 맴돌면서, 하루하루 추억의 부질없는 유희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 없는 산책에서, 그들은 항상 같은 길을 또 지나가게 마련이었으며, 또 그렇게도 작은 도시였으니만큼 대개의 경우 그 길은 지난날,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과 같이 돌아다니던 바로 그 길이었다."


    176p.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차라리 선량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215p. "용기라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제 나는 인간이 위대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인간이 위대한 감정을 품을 수 없다면 나는 그 인간에 대해서 흥미가 없습니다."


    225p. "이처럼 외관적으로는 포위된 상태 속에서의 연대책임을 시민들에게 강요하던 질병은 동시에 전통적인 결합 형태를 파괴하고 개개인을 저마다의 고독 속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혼란을 초래했다."


    229p. "아마도, 적어도 초기에는, 분명히 이런 식의 처리가 가족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해친다고들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페스트의 유행 기간 중, 그러한 감정의 고려는 염두에도 둘 수가 없었다. 즉, 모든 것을 효율성을 위해서 희생했던 것이다."


    308p. "게다가 투기가 성행해서, 일반 시장에 부족한 가장 긴요한 생활필수품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렸다. 그래서 빈곤한 가정은 무척 괴로운 처지에 놓였지만, 반면에 부유한 가정들은 부족한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페스트가 그 역할에서 보여 준 것 같은 효과적 공평성으로 말미암아 시민들 사이에 평등이 강화될 수도 있었을텐데. 페스트는 저마다의 이기심을 발동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마음속에다 불공평의 감정만 심화한 것이었다. 물론 죽음이라는 완전무결한 평등만은 남아 있었지만 그런 평등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처럼 굶주림에 시달리는 빈곤한 사람들은, 전보다 더한 향수에 젖어 생활이 자유롭고 빵이 비싸지 않은 이웃 도시들과 시골들을 그리워했다. 물론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자기들에게 식량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할 바엔 차라리 자기들을 떠날 수 있게 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하나의 구호가 생기고 퍼져서, 그것을 벽에 나붙이기도 했고 때로는 지사가 지나가는 길에서 외치기도 했다. '빵을 달라, 그렇지 않으면 공기를 달라.' 이 풍자적인 문구는 몇몇 데모의 단서가 되었는데, 데모는 곧 진압되었지만 그 심각성은 누가 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312p. "그것은 그들이 잊힌 사람들이라는 사실과 그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아는 사람들도 다른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 생각을 잊고 있는바,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역시 그들을 거기서 끌어내기 위한 운동이나 계획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 생각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끌어내는 일에 급급해서, 끌어내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잊고 마는 것이다. 그것도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에 가서는, 비록 불행의 막바지에 이른 경우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을 정말로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을 정말로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결코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살림 걱정도 안하고, 날아다니는 파리도 안 보이고, 밥도 안 먹고, 가려움도 안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라든가 가려움이라든가 하는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래서 인생은 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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