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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아무튼 뜨개 , 서라미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1. 2. 5. 14:56

     

    뜨개질을 시작했다.
    어린시절 목도리를 뜨겠다며 절반까지 떴다가 풀고, 또 떴다가 풀고 하도 풀어 꼬불꼬불거리는 실을 창고에 다시 집어넣더라도,
    그 이듬해가 되면 또 목도리를 뜨겠다며 새 실을 사왔다.
    처음으로 완성한 목도리는 마무리를 하지 못해 친구의 어머님께서 해주셨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무언가를 내 힘으로 처음 완성시킨 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몸담은 직장에서 신생아살리기 모자키트를 뜬다며, 모자를 떴다가 마음대로 안되어 크기가 들쑥날쑥한 모자 두어개를 제출했다.

    카페알바를 할 때 역시, 손님이 없는동안 무언가 생산적인걸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코바늘 인형뜨기 책과 코바늘을 가져와 뜨기 시작했다.
    오리 인형을 만들기 위한 동그라미조차 뜨지 못해 결국 그 실은 통째로 창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전 무사히 나와 귀여운 인형이 되었다.

    그 시작은,
    회사에서 봉사시간을 채우지 못해 안절부절하던 내게 수세미를 떠보라며 권해준 팀장님 덕분이었다. 우리 팀 팀장님도 아니셨는뎈ㅋㅋ 명예 민원팀으로써 팀장님의 봉사꿀팁을 하사받았다.
    동기언니는 어머님께 부탁한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집에는 손재주 있는 사람이 없어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수세미 실은 정말 어려웠다.
    까슬까슬거리는 실 탓에 구멍을 잘못 끼우기 일쑤였다.
    그래도 어떻게 완성하여 크고 작은 호빵 수세미들을 떠 봉사시간을 채웠다.

    그리고 시작됐다.
    원래 손을 가만두지 못했던 내가 손을 가만두지 않는 이 뜨개질에 꽂힌 것은.
    코바늘로 시작한 뜨개질은 어느새 대바늘로 옮겨가 며칠전에는 스웨터까지 완성하여 엄마에게 선물했다.

    뜨개질을 취미로 갖고 제일 많이 들은 소리는 역시 '여성스럽다' 이다.
    처음에야 맞섰지만, 이야 뜨개질하는거 보니까 곧 결혼하겠네, 애 잘 키우겠네 소리를 들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의 편협한 생각을 생각으로만 가지고있음 좋을 것을, 굳이 입밖으로 꺼내서 제 기분을 굳이 상하게 하시네요.
    조금만 찾아봐도 이 선입견에 대해 반박하고 싶어하는 니터들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눈을 들어 주변을 더 둘러보면 더 큰 세상이 보일텐데, 자신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서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진 말기를.

    나중에 다시 글로 쓰고 싶지만, 나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는 분야가 다양하다. 초반에 조금 도전해보고, 내 수준에 안맞으면 내려놓기도 하지만, 결국은 돌아가서 해내고 만다. 중국어가 그랬고, 한국사도 그랬다. 내 뜨개질의 역사 역시 그랬고 ㅎ.ㅎ
    언제나 취미의 처음은 어렵다. 첫 도전이어서도 그렇고, 내 수준을 아직 잘 몰라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내 위치를 깨닫는 순간, 내 단계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하면 언젠간 내가 바랐던 그 위치에 도착해있을 것을 안다.
    그랬었고,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천천히 내 속도에 맞게.
    Andante, An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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