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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책의 말들 , 김겨울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6. 8. 14:03

    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49p. “금서禁書를 지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기 위함이다. 글은 사유의 통로인 바, 글을 읽지 못하게 하면 사유 역시 멈출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서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만큼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금서를 읽었다. 생각에는 뻗어나가는 속성이 있으므로, 몇 권의 책을 못 읽게 하면 그 책에 이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67p. “소셜미디어(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와 콘텐츠 서비스(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와 온라인 커머스(쿠팡, 네이버쇼핑) 사이를 종횡무진하다가 핸드폰의 검은 화면에서 문득 발견하는 것은 피로한 인간의 얼굴이다. 온갖 말들, 이걸 사야 한다는 종용과, 이것이 삶을 윤택하게 해 주리라는 보장. 누군가의 기행, 말다툼, 자랑, 무수한 음해, 따라갈 만하면 생겨나는 유행이 거침없이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화면을 끄면 반짝이는 검은 화면은 얼굴을 조각내어 이리저리 비춘다. 나는 시끄러운 도떼기시장에서 막 걸어 나온 사람이 된다.”

    105p. “그러니 드림렌즈로라도 시력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많이 읽을 것, 놀러 다닐 것, 좋고 슬픈 것을 볼 것. 사람의 눈물을 보고 뛰어 다니는 개를 볼 것. “증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고들 하니까. 그렇게 인생의 긴 할 일 목록에 쓰고 한참 동안 잊어버릴 항목을 꼼꼼히 덧붙이고, 30년쯤 후에 중간 점검으로 당당히 체크 표시를 할 날을 기다린다.”

    131p. “나는 불안해한다. 많이 먹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고, 그걸 찍어서 올리고, 그걸 보고 따라 하고, 잔뜩 사고, 잔뜩 산 걸 버리고, 잔뜩 버린 것이 흘러들고, 잔뜩 먹어 치운 것이 다시 재배되고, 사라지고, 쓰레기 더미에 파묻히고, 이게 다 어디로 가고, 어디까지 갈까. 이 문명의 한계점은 언제일까. 10년 후, 50년 후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햄버거를 20개씩 먹고 고기를 찬양하고 개구리알을 욕조에 푸는 동안 이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나. 그런 아득함 같은 것. “완전히 계몽된 지구에서는 소비만이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

    163p. “「도서관 여행하는 법」을 읽어 보면 낯선 자를 환대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관해 알 수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외국의 도서관을 진작 더 많이 가 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 도서관에서 여행객들에게 관광 안내 책자를 나눠 주기도 한다는 걸 보고 아, 그렇지, 도서관은 노숙자조차도 환영하는 곳이지, 생각했다. 도서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닐 것이다. 공공을 위한 지성과 환대의 장소가 없었더라면.”

    189p. “이건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누리는 호사다. 여러 사람이 평생 연구하고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한자리에 앉아 배우는 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생각의 근육을 씀으로써 조금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구석구석 넓히고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학자들 조차도 책에 담지 못한 삶의 장면을 가늠해 보는 일. 정신은 맑은 물에 씻은 듯 개운해진다.”

    217p.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바란다는 것은 곧 이 세계의 무언가를 부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언젠가의 어딘가에 존재할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역사적 구원에 대한 소망. 나는 소외된 모두가 자리를 가지는 세상을 바라고, 이질적인 것들이 역동하며 새롭게 열어 젖히는 세상을 바란다. 동시에 나는 이런 바람이 오만이 아닌지, 혹은 이미 좌절된 희망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래서 감히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동동대는 것이다. ‘지금, 여기’를 부정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그 부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고향에 머무를 날이 없다.”

    김겨울 유투버님의 책인 ‘아무튼, 피아노’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지만 이미 인기 도서라 누군가가 대출해간 뒤였다. 김겨울님의 다른 책이라도 빌려볼까 살펴보다 고른 책이 바로 이 ‘책의 말들’ 이었다.
    김겨울 북튜버님을 보면 막연한 친밀감과 전해져 오는 편안함이 있는데, 책을 읽으며 어쩌면 그건 비슷한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오는 반가움이었을지도 모른다.

    189p의 말마따나 복직신청서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점에서 휴직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이야말로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이 6개월의 시간 동안 흘러 가는대로만 보았던 세상을 다시 해체해볼 수 있었고, 그 가운데 나의 어리석음과 그럼에도 비죽 틈새로 비어 나오는 교만까지 볼 수 있었다. 일터로 다시 돌아가는 건 걱정되고 무섭지만, 역시 작년의 나와는 또 다른 새로운 나는 또다시 반복될 지루한 쳇바퀴같은 일상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발견하고 하나씩 해낼 수 있기를.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하는 기대와 두려움을 오늘도 책 속의 넓은 세상을 살펴보며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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