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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언더그라운드 1, 2 , 무라카미 하루키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6. 2. 12:43


    언더그라운드 1,2
    :기억은 힘이 세지
    [언더그라운드1]
    118p.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그만둔 분도 있습니다. 여성인데, 두통을 비롯한 여러 증상 때문에 더는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중독 증상이 나았으니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작업량을 요구합니다. 매일 12시까지 잔업을 하면서 고통스러워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상대도 안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떡하겠습니까. 직장을 그만두는 수밖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주위 사람들의 이해를 얻기가 힘듭니다. 사실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지만 ‘꾀병을 부린다’라든가 ‘노력이 부족하다’라는 식으로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154p.
    “PTSD라는 증상은 정말 낫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때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신적 상처는 언제까지고 남는다고 합니다. 증상만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그 사건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나을 수만 있다면 그 기억 자체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기억이란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참을성 있게 그 증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되도록이면 몸이 피로하지 않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조심하면서 생활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192p.
    “한 해에 한 번밖에 없는 강습회에 가려고 탔던 전차인데, 공교롭게도 동생이 탄 차량에 사린 봉지가 놓여 있었던 겁니다. 정말 운이 나빴어요. 그러나 운이 나빴다는 걸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201p.
    “사건 전날 밤,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말 사소한 행복이지요. 그런데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그 터무니없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그 사소한 행복마저도 빼앗아간 놈들입니다. 사건 직후 제가 병원의 기둥과 벽에다 마구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댔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옴진리교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몰랐지만 정말 화가 치밀어서 상대가 누구든 정말 가만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에 손이 아파서 아내에게 “왜 여기가 아프지? 이상한데?”하고 말했더니. “당신이 벽에다 주먹질을 했으니까 그렇죠”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서야 그때의 일이 어렴풋이 생각났습니다. 그 정도로 화가 났던 겁니다.”

    330p.
    “부모님은 이 인터뷰를 받아들이는 걸 반대하시더군요. 이제 겨우 잊어버리려 하는데 다시 기억을 더듬으면 좋지 않다고 말이죠. 그러나 이 기회를 하나의 경계선으로 삼아보고자 생각했어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550p.
    “그 사건과 관련해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둘째 아이입니다. 그 사건을 당한 후 둘째, 셋째 아이를 낳아도 과연 괜찮을까, 몸에 뭔가 이상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퇴원할 때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이제까지는 예가 없는 것이라서 백 퍼센트 이상이 없다고 단언은 못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점이 걱정이라면 걱정입니다. 올 가을에는 이사할 예정입니다. 역시 시라오카에 땅을 샀습니다. 아직 집을 짓지는 낳았지만, 가을에는 완성될 겁니다.”

    623p.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하루 더 쉬었더라면 좋을 뻔했습니다. 쉬는 김에 융통성을 발휘해서 말이에요. 어차피 그다음 날은 휴일이니까. 그랬더라면 사린 피해를 입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자네는 다행히 별탈 없이 귀중한 체험을 했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한 번은 죽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뭔가 말끔해진 느낌이 들어서 ‘그래, 무슨 일에도 흔들림 없이 앞을 보고 걷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669p.
    “헤어질 때는 아스카를 안고 가까운 역까지 배웅해주었다. 뜨거운 여름날, 길은 텅 비어 있었다. 바깥을 걷고 있으면 교외 주택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젊고 행복한 부인으로 보인다. 헤어질 때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마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말이란 것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작가인 나는 그런 무력한 말에 의지해 일할 수밖에 없다. 돌아오는 전차 속에서 혼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698p.
    “물론 재판을 통해 많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귀중한 일이다. 그러나 그 심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통합하고 피와 살로 바꾸어 내는 종합적인 시야를 가지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무의미하게 사분화되고 범죄 가십으로 변해 그길로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지 않을
    까. 도시에 내린 비가 대지를 적시지 못하고 하수구를 타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버리듯이. 사법 시스템이 법률을 기초로 삼아 처리하고 심판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나 사건의 한 측면일 뿐이다. 모든 것이 재판 하나로 말끔히 정리되지는 않는다.”

    720p.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나의 의도와는 달리 몇몇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부주의 때문이었고, 어떤 경우에는 무지 때문이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나의 인간적 결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이야기하는 게 서툰 성격 때문에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다. 아무튼 생각지도 않게 여러 가지 형태로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를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빈다.”

    724p.
    “에이단 지하철 직원 한 사람은 취재를 하러 온 우리 앞에서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취재는) 그만 하는 게 어떻습니까. 다들 그 사건을 잊으려고 하니까요.”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피해자이고 충분히 당할 만큼 당했으니 제발 가만 내버려둬’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사건을 잊어버린다면 그걸로 끝일까? 확실히 ‘이제 그만 사건을 잊고 싶은’ 직원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그중에는 ‘사람들이 절대로 간단히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 사건을 이대로 풍화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입을 열 수 없는 죽은 이들도…….
    물론 이것은 커다란 돌발 사고이고,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현장에 갖가지 혼란과 과실이 빚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증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에이단 지하철과 소방청, 경찰청, 각종 의료시설에는 크고 작은 혼란과 많은 판단 착오가 발생했다. ‘왜 또 저랬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그런 개인적인 차원의 판단 착오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비난하고 질책할 생각은 없다. ‘어쩔 수 없었다’ 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세히 검증해보면 제각기 참작할 만한 점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의 과실을 개선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물론 안되겠으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시스템이 마련했던 위기관리 체제 자체가 상당히 부실하고 불충분했다’ 라는 엄청난 현실을 절실히 인식하는 일일 것이다. 현장의 판단 착오는 어디까지나 그 결과의 집적에 지나지 않는다.

    [언더그라운드2]
    140p. “그런데 마쓰모토가 하는 건 간단히 말하면 ‘자기’와 ‘번뇌’의 동일화입니다. 에고를 없애려면 자기도 함께 없애라고 하니까요. 인간은 결국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토록 괴로운 것이니, 그 ‘자기’를 버리면 눈부시게 빛나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그런데 이 말은 불교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릅니다. 일종의 가치전도죠. 자기란 찾아내야 할 대상이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지하철 사린사건 같은 테러 범죄는 그런 안이한 자기 상실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가 사라지면, 사람은 무차별 살인이나 테러에도 무감각해버리죠. 결국 옴진리교가 한 일은 번뇌의 근원적 해결을 마련해주기 보다는, 자기를 버리고 시키는 대로 순종할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옴진리교 성취자란 다시 말해 ‘옴진리교 색깔에 완전히 물든’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지, 진리를 체득한 진정한 ‘해탈자’는 아닙니다. 현세를 버리고 출가한 신자가 ‘구제’라는 이름하에 미친 듯이 보시 모으기에 연연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죠.”

    143p. “개중에는 옴진리교의 경험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신문 보도조차 안 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는 신문이고 뉴스고 아무것도 안 봅니다. 그렇지만 그러면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겠죠. 그렇게 행동하면 또다시 똑같은 잘못을 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틀린 시험문제와 마찬가지로,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끝까지 밝혀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에도 또 똑같은 곳에서 실수를 저지를 테니까요.”

    260p. “그러나 아무리 한심하고 꼴사나운 모습이라 해도, 저는 그들에게서 눈을 돌릴 수 없습니다. 경멸할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라도 아사하라 쇼코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기능했고, 그런 참사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니까요. 설령 나 스스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하더라도, 내 안의 ‘옴진리교 사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가와이 하야오 씨와의 대담]
    282-283p.
    하야오: 일본인은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니까요. 좀더 날카롭게 지적하자면, 옴진리교에 대한 세간의 적대감이 피해자에게로 향하는 겁니다. 피해자까지 ‘이상한 인간’으로 취급해버리는 셈이죠. 옴진리교를 괘씸하게 여기는 생각이 “그런 걸로 뭘 아직까지 투덜거리느냐”며 피해자 쪽으로 향해버리는 겁니다. 그런 고통을 경험한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하루키: 지진 재해 때도 그랬습니다만, 맨 처음에는 흥분이 있고, 그것이 동정 비슷한 것으로 변하고, 그것도 지나면 “아직도 그 얘기야”라는 식으로 변해버리죠. 단계적으로.
    하야오: 바로 그겁니다. 옴진리교에 대한 불결한 이미지를 피해자 측에 전가시키게 됩니다. 굉장히 이상한 현상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죠.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서평]
    4월 16일에 ‘기억은 힘이 세지’라는 문구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2014년 4월 16일 무슨 일을 했었는지를 기억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4월 16일 그 뉴스를 들었던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대학 도서관에서 인턴십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언덕을 올라가던 순간 제일 처음 뉴스를 접했고, 그 날 학우들의 도서 대출을 도와주면서 계속 뉴스를 들락날락했다. 전원이 구조됐다는 뉴스가 나오다가도 아닐 수도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한 쪽으로 기운 그 배 사진을 보면 아직도 그 때 그 울렁거림이 되살아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내가 도울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는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남을까.
    https://youtu.be/rEOZVOneNIw
    알쓸범잡에 나온 법의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두번 죽는다고 한다.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 나갈 때 한번, 그리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죽을 때 한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기억한다는 말은, 그들이 내 안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없지만 나와 그들을 기억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한 그들은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도록 영원히 이 세상 속에서 그 존재감을 나타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4월에 올리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책이 두껍고 1,2권으로 나뉘어있어 5월 초에야 올릴 준비가 끝났다. 그럼에도 5월 31일까지 선거 관련 도 감사로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세월호라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의 마음 속 멍이 되는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주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사건의 접근을 잘못 시작했고, 사건을 일으킨 안전불감증과 그 후의 대처에 대해서 끊임없이 반성해야한다는 지점 아닐까 싶다.

    우리는 매년 4월 16일마다 그리고 4월 16일이 아니더라도 마음 속에 노란 리본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리본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 나비의 날개짓은 어느새 돌풍이 되고 폭풍이 되어 우리의 삶을 뒤흔들 변화의 바람을 불어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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