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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아무튼, 피아노 , 김겨울>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6. 26. 18:32

    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13p.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다.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마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글이 어려운 만큼 글을 사랑하게 된다. 춤이 힘든 만큼 춤을 사랑하게 된다. 피아노가 두려운 만큼 피아노를 사랑하게 된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가 두려운 것이다.”

    45p. “나의 세계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다섯 살 이래로 음정은 언어의 자리에 슬며시 밀고 들어와 등나무처럼 결합했다. 나는 평생 소리와 함께 살았고, 지금도 무수한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음이 되고 음이름이 되어 뇌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다. 그것은 색이 되어 잠시 뇌를 물들이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피아노의 유산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88p. “클래식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는 것은 늘 비밀이었다. 남들에게도 비밀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비밀이었다. 나는 늘 피아노를 치고 싶어 했고 동시에 피아노 치는 것을 두려워했다. 피아노를 다시 치는 게 무서웠다. 재즈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면서도 재즈 피아노를 싫어했다. 피아노로 곡 작업을 하면서도 피아노가 부담스러웠다. 그걸 뛰어넘을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동안에도 모든 게 어설펐고 늘 부끄러웠다.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피아노를 피해 다니면서, 또 피아노로 부족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면서, 나는 내가 나를 속일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후회의 몫으로 남겨두게 되는지를 배웠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나를 속이지 않고서는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도 배웠다.”

    165p. “이제 나는 말을 멈추기란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을, 억지로 누군가가 말을 멈추게 해야 겨우 뭔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서도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안다. 말하는 일이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내 전달하는 일이고, 그 이전에 침묵의 시간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으며, 듣는 시간만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듣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고, 듣기 위해 침묵해야 하며, 침묵의 힘으로 말해야 한다. 더 자세히, 더 세심히, 더 온전히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의 소리도, 다른 누군가의 소리도. 고립이 끝난 후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작가님이 피아노를 말그대로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 잘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과 좌절감, 그리고 상황때문에 어쩔수없이 중간에 피아노를 내려놓았던 것에 대한 죄책감과 속상함 등 작가님이 경험했고, 전하고 싶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오롯이 느껴졌다.
    덕분에 오랜만에 피아노를 다시 쳤다. 말이 없지만 내가 누르는 곳마다 늘 같은 그 음을 돌려주는 피아노가 내게 주는 위로가 있다.(실제로 늘 같은 음을 내는 건 아니라고 책에서 알려주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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