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일상이 사투가 된 혐오와 폭력의 세계에서 소녀 어밀리아와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법
책을 읽으며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 떠올랐다. 우리는 승자가 남긴 전쟁의 기록을 살펴보곤 한다. 패자의 입장, 그리고 특히 그중에서도 약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과 경험을 한껏 살려 적은 이 책에 실린 어느 시골 귀퉁이 작은 자들의 목소리는 귀하다.
현재 받은 가제본의 후반부에 갈수록 혼란스러운 정신세계만큼 나 역시 같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어느날 갑자기 나의 일상과 평화를 빼앗긴 채, 전쟁 한복판에서 어제와 분명히 같은 장소임에도 많은 것이 뒤바뀐 상태에 적응해야만 하는 이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정신상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가장 약한 존재들이 폭력의 무게를 가장 무겁게 짊어진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폭력 속, 그날 발생한 "동기 없는" 살인사건쯤은 그 다음 날 있을 또다른 사건에 묻히는 상황에서 과연 소녀 어밀리아와 그 가족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가제본 이후 본책의 후반부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