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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 정세랑 김인영 손수현 이랑 이소영 이반지하 하미나 김소영 니키리 김정연 외 10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9. 22. 16:31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14p. “막힌 벽, 제한선, “너는 여기까지만 해”하고 가로막는 손이 나타나면 함께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더 나빴던 과거에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았던 여성들처럼요. 어떤 거부는 거부받는 사람에게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점점 더 명확하게 보게 됩니다. 혼자 걸을 때도 함께라는 걸 알고 나자 벽들이 투명해져요. 벽을 짓는 사람들보다 멀리 걸어가기로 해요.”

    24p. “자신의 위치를 알고, 가진 힘과 정성을 선한 일에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일인지요.”
    25p. “여성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끌어줄 때 발휘되는 힘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잘했다고 더 많이 말해줘야 합니다. 여성은 쉽게 공격당하고 폄하되고 통과하기 힘든 벽을 늘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34p. “우리는 항상 앞서간 누군가에게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요. 고개를 수백번 주억거리다가도 마지막 고갯짓말을 마치며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건 앞서간 언니, 동료들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36p. “천천히 뜯어보면 어떤 미움은 마치 실체 없는 거짓말인 것만 같아요. 이유 없는 미움에 맞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145p. “언니, 저는 명치를 타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불같은 의문들, 가슴을 짓누르는 삶의 불가해성을 받아들이는 데에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왜 이런 삶이 주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책 속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게 우연이고, 나에게 이런 삶이 주어져야 할 이유가 없듯 이런 삶이 주어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결론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피할 수도 없는 과정이었어요.”

    160p. “어쩌면 먼저 산 여성은 뒤에 태어난 여성의 이름을 불러 주려고 언니가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언니답게 나는 내 동생에게서 열심히 내 이름을 지웠다고. 첫 책에 그럴듯하게 쓰면서 언니를 생각했어. 이야 임지은. 언니를 잘도 베꼈구나! 내가 언니, 하면 언니는 지은아, 답했잖아. 언니를 흉내내보고서야 나는 우리 사이 이름을 가진 게 늘 나뿐이었다는 걸, 언니가 그 이름을 부르며 소망을 걸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 자신을 마지막으로 어떤 서사가 영원히 종결되길 바라는 소망, 누군가 온전한 제 이름으로 살길 바라는 소망… 지지대르 가지게 된 식물처럼 나는 언니의 소망에 기대 이만큼 자랐어. 이제는 전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나를 언니라 부른다.”

    173p. “사실 우리 세상에서는 젊은이가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이 시대적 문제가 되었어요. 저도 그 ‘문제’의 일부랍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혹은 제3의 성이든 각자 헤아릴 수 없는 고민이 있겠지만 왜 젊은 청춘들이 사랑과 멀어지느냐고 묻는다면,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자주 불리하고, 또 종종 희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이런 세상에서 사랑이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지금도 나 자신만을 사랑해요. 언니가 일기에 썼던 말이 내게 아프게 와닿았던 이유예요. 그러면서 사랑, 이 어려운 일을 남이 내게 해주기만 감히 바라고 있답니다.”
    176p. “언니의 일기가 좋았고, 언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도 이거예요. 사랑을 한다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만 드는데 자꾸 믿게 돼요. 언니도 그랬던 거 같아서,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 같아서 많이 공감이 됐어요. 근데 사랑이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언니의 일기를 읽으며 확신했어요. 이게 참 이상하고 쓸데없는 것인데 그만큼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만큼 사랑하고 산 거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사랑을 믿기로 했어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아무튼 아직 모른답니다. 내가 알아낸 사랑은 겨우 이만큼이거든요.”

    196p. “사람들은 쉽게 여성 연대를 얘기하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층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직장은 스머프 마을이 아닐 테고요. 하지만 당신은 눈앞의 열린 가방을 닫아줄지도 모르죠. 무슨 오지랖이야? 하는 표정이 돌아와도 묵묵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할 일을 하겠지요. 이해를 받거나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한 행동이 아니니까요.’

    243p. “‘여자다움’이라는 사회적 억압이 쪼그라뜨린 여자아이들의 세계에 관해 생각해요. ‘여자다움’과 ‘운동’이 얼마나 정반대의 기질을 갖고 있는지도요. 운동은 주로 몸도 목소리도 크게크게 써야 하는데, ‘여자다움’은 주로 몸을 움츠려서 작게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니까요. 하다못해 웃음소리도 크면 안 되고, 감정도 크게 표출하면 안 되고, 몸도 가늘어야 하고, 운동장 한 구석만 한 좁은 공간이면 충분하다 여겨지죠. 우리에게 기꺼이 허락된 큰 소리는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남자아이들의 반 대항 경기를 응원할 때 정도였어요. 우리들이 스스로를 작고 가늘고 약하고 힘없게 만들며 작디작은 공간에, 옷에 몸을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동안(혹은 그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동안), 많은 남자들은 넓은 공간을 전력으로 달리고 강하게 싸우며 승리의 감각을 쌓아왔다는 걸 생각하면 이 좋은 걸 니들만 계속하게 손(발)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집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어려분 저는 여러분이 ‘보여지는 몸’보다 ‘기능적인 몸’을 더 맹렬하게 욕망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팀 스포츠의 세계에 꼭 발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빠를수록 좋아요.”


    여자 형제가 없는 나는 ‘언니’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다. 내가 모르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이미 가보았을 뿐더러 나까지도 가뿐히 그 길 위에 올려줄 어떤 존재.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의 연대에는 막연한 희망과 긍정적인 상호작용만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여러 언니들이 또 다른 언니들에게 쓰는 행운의 편지를 읽으며, 아 내가 그동안 또 손쉽게 언니와 여자들의 연대에 대해 대상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조금 환상을 깰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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