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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후감 ] [ 책추천 ] < 오늘도 자람 , 이자람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2. 11. 11. 23:25

    오늘도 자람
    :매일의 나는 다르고 그 다름이 내가 된다.

    82p. “뒤늦게 알았다. 내 몸을 아끼는 것은 나 자신의 의무일뿐 다른 누가 챙겨주는 영역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 내게 말을 하고 있고 그것을 듣고 행동해야 할 주체는 나뿐이다. 무대 안팎의 모든 위험은 온전히 내 몫이다. 건강 중 무엇이라도, 잃으면 나 혼자 잃는 것이고 책임질 이도 나뿐이다. 이제라도 이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는 나의 한계치와 소멸점을 예민하게 감각한다. 우리 모두는 한계가 있는 몸을 가지고 있다. 한계를 한계로 만들 것인지 새로운 가능성의 출구로 인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내게 해를 가하는 한계점에서는 깨끗이 포기하고 뒤돌아서기를 스스로에게 원한다. 여전히 나는 쉽지 않은 작창으로 드라마를 표현한다. 투어를 다니며 발달시킨 나의 성량과 음폭, 신체적 한계점 근처에서 늘 사투를 벌인다. 획득된 기술이라 자꾸 사용하게 된다. 가진 것을 죄다 늘어놓지 않아도 멋있을 수 있는 미덕은 아직 더 철이 들어야 생기는 것일까. 다 쓰지 않고도 충분할 기술이 생기면 좋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그 방법을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97p. “보이지 않는 축적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힘, 그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

    99p.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사건 때문에, 어떤 순간의 결정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고 사람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그 순간이 너무 강력하니까. 하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실 인생을 바꾸는 건 삶의 이면에 쌓인,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다. 옳지 않게 쌓여 버린 시간의 축적은 어느새 인간과 사회를 비뚤어지게 만들고 세대를 병들게 한다. 옳게 쌓인 시간의 축적은 그렇게 휘어지는 사회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다가 필요한 순간 빛을 발하는 단단함이 된다.
    우리는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에 깜빡 속아 넘어간다. 순간순간 쉽게 좌절하고 치욕스러워하고 우쭐하고 자만한다. 그럴 일이 아니다. 그 순간은 잠깐일 뿐이다. 그 모든 것을 전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쌓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축적이다. 사람을 진짜 무너뜨리는 것은 어떤 하나의 사건이나 순간이 쌓여온 어떤 작은 순간들의 집합이라고 늘 생각한다. 자신에게 무엇이 축적되고 있는지 알고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채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평생 몸을 다스리고 기술을 연마하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지키려 애를 쓴다. 누군가는 포기를 쌓아가고 의심을 늘려가고 획득된 확신 위에서 편협한 경우의 수를 쌓으며 인간 불신을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렇게 쌓여간다. 하얗고 검은 것들이 그렇게 쌓이면서 그 색을 더해간다.”

    142p. “나는 복이 참 많다. 전 생애에 걸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에술과 삶을 배워왔다. 선생님을 떠올리면 가슴 한복판이 늘 쩌르르하다. 이 감정은 아마도 존경이거나 사랑일 것이다. 언젠가 먼 훗날 내가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면 내가 받은 좋은 것들을 나도 잘 물려줄 수 있기를, 선생님들이 내게 쥐여준 사랑을 배로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147p. “지식은 참으로 불편하다. 얻을수록 불편해진다. 내가 무지해서 해온 언행들이 실은 사회구조 안에서 권력/피권력자로서 응당 당연히 여겨 행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그 창피함은 정말이지 많이 무겁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식이라는 숲의 탐험을 멈추기는 싫다. 지식은 멋지기 때문이다. 나와 남을, 지구와 동물을, 인류와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멋진 지식들이 계속해서 내 삶으로 스며들어오기를 소망한다.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며 불편하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더불어 나를 기분 좋게 용서하고 삶에서의 불편을 감수할 지혜를 원한다.”

    213p. “삶이 흐르는 가운데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을 때마다 매번 껍질 까듯 달라지는 내가, 마찬가지로 수도 없이 껍질을 벗으며 살아가는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를 마주 보는 일은 얼마나 놀라운가.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난다. 일을 해야 해서, 물건을 사야 해서, 길을 걷다보니 우연히 말이다. 어떤 이와는 만남이 이어져 친구가 되고 어떤 이와는 사랑을 주고받게 된다. 만난다는 것은 값진 일이다. 참으로 용감한 일이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서로의 불완전함과 삶의 변화들을 함께 맞이해보자고 하는 일은 얼마나 무섭고 또한 믿음직한 일인가. 그리고 그것을 두려움에 찬 확인이 아닌 확신에 찬 반가움으로 용기 있게 시작해보는 만남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유쾌한가.”

    244p. “말은 그래서 무겁다. 말은 어렵다. 세상에 나온 모든 말들이 어떤 생명력을 가지고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 한 마디 말을 내뱉었을 때 그것의 반대, 그것의 오류, 그것의 맥락, 그것의 모순이 함께 따라온다.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문장이란 존재할 수 없고 완전한 참이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러한 말들로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불완전한 말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서로를 기다려주거나 안아주면서. 그래, 미운 말들 열번 떠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말을 한 번 되뇌도록 해보자. 내뱉는다고 상황이 달라질 건 없지만 세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차라리 좋은 걸 내뱉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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