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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후감 ] [ 책추천 ] < 여기가 달이 아니라면 , 강인선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3. 1. 18. 23:40

    여기가 달이 아니라면
    :이라크 전쟁을 지나온 종군기자의 기록

    124p.
    “맥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전쟁터에서 정말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있다면 그게 뭘까? 최악의 시나리오라도 좋으니까 말해줘.”
    맥스는 망설이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전쟁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나면 예전의 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어떤 전쟁이든,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겪는 일이지. 아무리 첨단무기가 발달해도, 전쟁이란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거든. 엄청난 경험이 되리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너는 이전의 너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 살 수는 없을 거야.”
    옆자리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던 공보관 노바가 말했다.
    “위기 상황과 마주하면 자기 자신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자신이 튀어나와. 평생 단 한 번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어떤 면이 나오게 돼 있어. 늘 약해 보였던 사람이 난데없이 괴력을 발휘해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강한 줄 알았던 사람이 힘없이 무너지기도 하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 깨닫게 되는 거야. 전쟁은 국가 간의 싸움만이 아니야. 전쟁터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자기 자신과도 싸우게 돼 있어.”
    노바의 말이 마음에 사무쳤다. 그건 전쟁터에 오면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일이면서도,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220p.
    돌아와서도 이라크전쟁 소식을 전하는 24시간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화면을 지켜봤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명분이었던 생물화학무기의 증거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바그다드를 떠나기 전 브룰렛 중령이 물었다.
    “전쟁을 떠나기 전에 제일 마음에 걸리는 일이 뭡니까?”
    그건 내가 전쟁 시작 전에 그에게 한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대답했다.
    “생물화학무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것 때문에 전쟁을 했는데, 만일 그게 없다면 도대체 전쟁은 뭘 위해서 한 거죠? 우리는 도대체 뭘 두려워했던 거죠?”
    “전쟁 전에 유엔 무기사찰단이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았었으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후세인이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뒀을 테니.”
    “만일 이라크에서 생물화학무기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역사적인 대사기극이 될 거예요.”

    223p.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생물화학무기, 즉 대량 살상무기는 이라크에 없었던 걸로 결론이 났다. 미국이 두 번이나 조사단을 꾸려 얻어낸 결론이었다. 결국 왜 그런 전쟁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미국이 빠져들어간 이라크전쟁의 수렁은 아주 깊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건 2010년이었다. 훈련교관 등 모든 병력을 철수한 시점은 2011년이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전후 관리’에 대한 대비 없이 막강한 군사력만 믿고 침공을 감행한 결과였다. 이라크 역시 전쟁과 그에 이은 혼란과 내전 등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책을 읽으며 어떤 대의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명분에 의해 다치고, 죽으며, 또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한낱 사람이  또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판단하여 합당하게 온전한 심판을 내리는 일은 마지막 날까지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저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수장들이 겸손함으로 사무를 처리하며, 자신들의 선택에 수많은 사람들의 안온한 평화가 달려 있음을 명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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