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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책추천] < 케빈에 대하여 , 라이오넬 슈라이버 >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3. 9. 20. 17:32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7p. “하지만 프랭클린, 당신은 듣고 싶어 하지 않았어. 난 당신이 지금도 그럴 거라고 확신해. 어쩌면 그때 더 강하게 밀어붙여서 당신에게 듣게 했어야 했는지 몰라.”

    47p. “심각한 사실은, 자식의 부모 흠잡기가 치명적일 정도로 정확하다는 거야. 부모는 항상 자식 가까이 있고, 자식을 믿고, 기꺼이 자식에게 자신을 드러내니까. 그래서 자식이 부모한테 이중 배신을 할 수 있는 거야.”

    71p. “나는 그 아이를 보는 걸 두려워하거나, 그보다 더 있을 수 없는 일로 그 아이를 보고 싶어 죽겠다는 식의 감정에 빠지지 않아. 난 그냥 가는거야.”

    173p. “우리 둘이 한 편, 당신은 반대편이고 말이야.” 그건 내가 계속해서 마주하게 될 운명의 비율이었어.

    177p. “하지만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겐 슬픔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 있어. 있잖아, 엄마는 하나도 놀라지 않으셨어. 침울해하셨지만, 곧 침착해지셨지. 이번만은 고령의 엄마가 진짜 내 엄마처럼 느껴졌어. 난 엄마한테 의지할 수 있었고, 엄마는 지금까지 한 얘기에 콧방귀를 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내게 장담하셨지. 마치 엄마의 그 모든 두려움이 마침내 만회된 것처럼, 위기에 대비하는 엄마의 행태가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라고 판명난 것에 엄마가 어느 정도 안도하셨던 것처럼 말이야. 어찌 됐든 엄마는 전에도 이곳에 계셨고, 나머지 세상의 비극은 항상 엄마의 해안가를 찰랑거리고 있었어.”

    180p. “솔직히 말해 난 의사가 케빈에게 뭔가 잘못된 걸 발견해주기를 바랐어. 우리 아들에 대해 내가 동정심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약점이나 상처가 있기를 갈망했다고. 난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니까. 얼룩무늬 볼이나 물갈퀴 손가락을 가진 작은 남자아이들이 사무실 밖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난 그 아이가 휴식 시간에 겪게 되 고문을 떠올리며 몸을 ᄄᅠᆯ었어. 난 최소한 케빈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싶었고, 이것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랐지. 내가 진심으로 우리 아들이 물갈퀴 손가락을 갖기를 바랐을까? 그래, 그랬어, 프랭클린. 그렇게 해서 내가 케빈을 안쓰러워할 수만 있다면.”

    184p. “이런 주장이 당신을 짜증나게 만드는 걸 알아. 하지만 때때로 난, 우리 둘 중에 케빈에게 더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해. 당신이 화가 나서 졸도하는 모습이 보이는군. 내 말은, 내가 당신의 아들로서 케빈이 아닌 진짜 케빈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야. 당신의 머릿속 어마어마한 환상의 귀감에 계속 맞서 싸워야만했던, 셀리아와 싸울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그것과 싸워야했던 케빈 말이야. 그 예로, 그 날 저녁 난 이렇게 말했지. 난 저 꿰뚫는 작은 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왔어.”

    212p. “저주를 받아? 당신은 분명 짂감하고 있었어. 교외에서 도움을 구하려던 조치-큰 공원과 신선한 공기, 좋은 학교-가 실패한 것처럼 보이자, 우리가 이미 놀라울 정도로 길을 잃고 표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날 놀래게 만드는 건 당신의 예감이 아니라 그걸 무시하는 당신의 능력이야. 나로서는 사실 아무 예감이 없었어. 라트비아와 적도 가나에 있다가 뉴욕 글래드스톤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할 뿐이었지. 미처리 하수의 흐름에 이끌려 파 락어웨이(뉴욕 퀸즈의 작은 마을)의 파도를 타는 것처럼, 우리의 새로운 습득물이 완전히 추한 외관의 물결을 연이어 내보내는 바람에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으니까. 왜 당신은 그걸 눈치 채지 못했던 거야?”

    369p. “난 그 아이를 지배하는 정서가 태어날 때부터 터무니없어서 절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해왔어. 분노 또는 원한이라 부르자, 그건 단지 정도의 차이니까. 하지만 격분의 여러 수준들 밑에 절망의 카펫이 덮인 걸 발견하고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케빈은 미친 게 아니었어. 그 앤 슬펐던 거야.”

    566p. “그렇게 난, 내가 말한 대로, 항상 최악만을 믿었어. 하지만 나의 엄마로서 비정상적인 냉소에도 한계는 있더군. 로즈한테서 케빈의 고등학교에서 악랄한 공격이 일어나 몇몇 학생이 사망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그 아이가 잘 살아 있기만을 빌었으니까. 아주 잠깐이라도 난 우리 아들이 범인일거란 상상을 하지 않았어.”

    585p. “난 그 애가 흡족해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알아야 했던 거였지. 하지만 자동차 뒤 창문으로 보았던 그 애 얼굴을 그리면서, 난 다른 것 또한 떠올리게 돼. 그 앤 찾고 있었어, 내 얼굴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어. 매우 주의 깊게, 아주 열심히. 그러더니 의자에 등을 살짝 기댔지. 그 애가 뭘 찾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찾아내지 못한 눈치였고, 그 사실에 그 앤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것 같았어. 그렇다고 웃진 않았지. 하지만 웃은 거나 다름 없어.”

    이 책을 고르게 된 계기는 평소 좋아하던 유툽 채널에서 이 책이 원작인 영화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 채널은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박지선 교수님이 출연하시는 ‘지선시네마인드’이다.
    물론 에바의 시선에서 서술된만큼 한 쪽으로 편향된 서사임은 명확하지만, 나는 책을 읽을수록 점점 더 에바에게 몰입되어 프랭클린의 무심함이 참 사무친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은 참 이기적이라는 프랭클린의 말과는 상반되게 프랭클린이야말로 더욱 더 케빈에게 냉담한 보호자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진짜 케빈을 보았던 건 에바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프랭클린은 본인이 바라는 가족상에 매여 진짜 가족, 그리고 진짜 케빈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마지막 날 결국 케빈이 자신을 포장해왔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프랭클린에게 화를 냈던 건 아닐까?
    지선시네마인드의 결말에선 에바가 케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을 내놨지만, 사실상 책에서는 에바가 케빈의 침실로 여러 번 암시되었던 단출한 침실을 새 보금자리에 준비하면서 케빈과 합류하는 일상은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고 느꼈다.
    책의 처음은 지난했지만, 내용을 알고 보는데도 점차 그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정독할 수 있었다. 누가 옳고 그른가의 싸움에 지친 내게는 오히려 에바에게만 편향된 이 서사 진행이 내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 주었다. 케빈의 입장에 대한 속편이 있다면 두께에 상관없이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동상이몽의 한 가정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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