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독후감][책추천] <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임민경>
    그믐🌚 독후감/그믐🌚 책 2020. 4. 27. 01:30

    Trigger. 자살 및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해당 주제에 본인의 정서 및 생각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심리학도로서 심리와 관련된 책을 자주 읽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

    이번에 서점에서 빌린 책은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문학으로 읽는 죽음을 선택하는 마음인만큼, 각 문학 속의 주인공, 그리고 작가들의 이야기로 각 이론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갑니다.


    제가 보면서 흥미있었던 밑줄친 부분들을 소개하는 포스팅입니다.

    해당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책과 작가의 온전한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9p. "심리학은 자살자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것보다는(많은 경우 그것은 심리학이 우선순위로 추구하는 바가 아닙니다), 양적인 측면에서 객관적인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찾고, 사람들을 최대한 자살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는 학문입니다. 


    10p. "심리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기에 부득이 심리학 이론으로 문학 작품이나 작가의 삶을 해석한다는 다소 무리한 시도를 했습니다만, 이것은 문학 독서 경험을 축소하기 위함이 아니며,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로 자살을 힘껏 이해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이 노력이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자살을 이해하는 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16p.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그런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21p. "심리통이란, 마음이나 정신을 뜻하는 psych와 고통을 뜻하는 ache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더는 견딜 수 없을만큼 심한 마음의 고통을 뜻합니다. 슈나이드먼은 친구이자 동료 심리학자였던 헨리 머레이(Henry A. Murray, 1893~1988)의 이론을 인용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심리적인 욕구가 좌절되면 개인에게는 우울감, 불안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발생하는데, 만약 이러한 감정들로 인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심리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슈나이드먼이 보기에, 자살은 견딜 수 없는 마음속 고통의 결과였으며, 모든 자살자들은 자신의 핵심적인 가치가 좌절됨으로 인해 심하게 고통받았던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27p. "슈나이드먼은 1933년 출간된 저서에서 '자살 각본'을 소개하였습니다.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살에 이르기까지 마치 어떤 각본을 따르는 것처럼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슈나이드먼의 자살 각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견딜 수 없는 심리적 고통. 이 고통은 좌절된 심리적 욕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2. 외상적 자기 경멸 및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참지 않는 자기심상.

    3. 극도로 제한된 생각, 비현실적으로 좁아진 행동 범위.

    4. 고독감. 자신이 버림받았으며, 중요한 타인의 지지를 상실했다는 느낌.

    5. 압도적으로 절망적인 무망감. 어떤 일을 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느낌.

    6. 인생을 떠나거나, 버리거나, 멈추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심리적인 고통을 멎게 하는 유일한(혹은 가능한 것 중에서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의식적인 결정."


    28p. "여기서 비록 왜곡된 생각이기는 하지만,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자살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나이드먼이 밝힌 자살의 공통점 열 가지 중 첫번째가 '자살의 공통되는 목적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36p. "게다가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주의와 생각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에게 온전히 주의를 쏟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온전한 관심을 보이며 친밀한 관계를 쌓기보다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였는지, 그 상황에서 얼마나 잘하거나 잘못했는지만 신경쓰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심판받는 양 살아가게 되지요."


    41p. "자살에 대한 대인관계 이론은 우선 '자살을 소망하는 마음 suicide desire'과 '자살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suicide capability'을 구분하였으며, 자살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자살을 소망하는 마음은 또다시 하위 개념인 '좌절된 소속감 thwarted belongingness'과 '짐이 된다는 느낌 perceived burdensomeness'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43p.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무리 지어 협동 생활을 해왔기에 집단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니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외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단순히 비유의 차원을 넘어서, 실제로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6p. "인간은 살아남고자 하는 생물로서의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려던 사람이 도중에 마음을 바꾸어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살 시도를 그만두는 일이 많은데, 인간의 생에 대한 본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은 이처럼 강한 삶에 대한 본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이므로, 자살자들은 강한 자살 소망뿐 아니라 정말로 자신을 죽일 만한 능력, '습득된 자살 실행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조이너의 주장입니다."


    56p. "또한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만 관찰되었고,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게 된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그저 유명인의 죽음 자체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라 생각됩니다."


    71p. "여기서 유독 저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살에 대한 심상이었는데, 자살에 대해 반복적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 실제로 자살 행동을 하게 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93p. "2016년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을 그 특성에 따라 총 세 가지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율(전체의 약 삼십이 퍼센트)을 차지한 것은 바로 '우울증 미치료군 nelected depression'으로,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사망 직전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이 집단이 충동적인 알코올 사용 이력이 없는 거의 순수한 기분장애군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놀라운 수치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두 집단인 문제음주군(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문제적인 음주인 집단)이나 정신 건강-경제 문제 동반군(자살자들 중 심각한 경제적 곤란과 정신적인 문제가 공존했던 경우)에도 우울증이 동반된 사람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음주문제나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순전히 기분장애만 앓고 있던 사람들만 모아 보아도 여전히 그 집단이 자살자 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우울증이 얼마나 자살과 깊게 연관되어 있으며,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습니다."


    103p. "인지행동치료의 관점에서 자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중요한 개념들이 있습니다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절망 혹은 무망감 hopeless 인 것 같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을 뜻하는데요. "나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어"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거야" "이제 난 끝났어"와 같은 생각들이 무망감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생각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05p. "뛰어난 작가이자 심리학자이며 우울증 환자인 앤드류 솔로몬은 저서인 『한낮의 우울』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절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울은 그 절망의 심리기제이다." 그리고 이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이따금 우리를 저버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고요. 또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는 우리가 더 쉽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보호 기능을 되살려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고요. 좀 낭만적인 표현입니다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에스터가 우울에 빠졌던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124p. ""인간은 나무를 베면 안 된다"는 말 다음에 "신은 존재한다"는 말이 오고, "세상을 변화시켜라"라는 발화가 제시된 다음에 "아무도 증오심에서 죽이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의 흐름이지요. 무언가 위대한 존재,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뭐 그런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사고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서로 관련 없는 연상들이 연속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연상이완 loose associ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고 과정상의 장애 유형 중 하나입니다."


    131p. "양극성 장애에 적용할 수 있는 심리치료를 이야기하기 전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약물치료라는 점을 언급해야겠습니다. 양극성 장애는 조현병, 치매와 함께 약물치료가 가장 우선되어야만 하는 대표적인 정신 질환이며, 양극성 장애 확진을 받은 다음에는 반드시 기분 안정제(mood stabilizer,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리튬이 있겠습니다)를 복용해야 합니다."


    142p. "좀 더 중요한 다른 한 가지는, 비록 자해와 자살 행동 사이에 비슷한 부분이 많을지라도 이 둘은 분명히 다르며, 그렇기에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자살과 관련된 국가 통계에서 자해와 자살 시도가 구분되지 않고 한꺼번에 보고되는 일이 있는데, 행정적으로는 그편이 더 용이할지 모르겠으나, 정신 건강 분야에서는 피해야 할 일입니다. 자살 시도와 자해는, 자살 시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는 의도로 감행되는 것이라면, 자해는 (과장을 조금 보태어) 살고자 하는 의도로,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관찰되는 행동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두 행동의 의도도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같은 접근 방법을 도입해서는 안 되겠지요."

    154p.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건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진은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아동기에 트라우마가 될 만한 경험에 자주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전반적인 신경계 발달이 방해를 받는데, 이때 영향을 받는 영역에는 공포를 비롯한 정서 인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전두엽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자신의 정서를 잘 조절할 수 없게 되며,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인지적 · 정서적 ·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흡연이나, 불건전한 식습관, 위험한 성생활 등에 빠지기 쉬워지고, 그로 인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일찍 사망할 위험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174p. "그런데 문제는 진정 작용을 위해서 약물을 복용하든, 쾌락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든 간에 처음 느낀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강한 중독성을 가진 약물들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자생력을 가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복용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약물을 이용하는 것 같아도, 나중에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자신을 끌고 나가는 물질에 대한 충동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미묘하게 인생과 약물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작가들의 경우, 작품을 쓰는 데 약간의 '활력'과 도움을 얻기 위해 술과 약을 시작했다면, 나중에는 약이나 술 없이는 아예 작품을 못 쓰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갈수록 더 심해져서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약물을 구하기 위해 허덕이며 살아가는 인생이 되어버리지요."


    184p. "중독자의 뇌에 대한 아주 직관적이고, 그래서 더욱 잔인한 비유가 있는데, 바로 '오이와 피클' 비유입니다. 오이가 피클이 될 수 있지만 피클이 다시 오이가 될 수는 없듯이, 한 번 뇌가 약물에 '절여지면' 그 구조와 기능의 차원에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변이가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185p. "어떠한 경우이든, 알코올 섭취는 공격성 및 충동성 증가를 초래하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판단력과 통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문제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들을 간과하게 되어, 결국 자살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지게 되지요."


    188p. "모든 이별은 어느 정도 다 힘든 법이지만,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 같은 경우에는 그만큼 그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던 중요한 관계를 끊는 것이 되는지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 중독자들은 좀처럼 약물을 끊지 않으려 하고,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도 술이나 마약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축소해 말하며, 이미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음주나 약물 복용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고,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자살과 자해, 자살사고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단어를 검색하여 해당 포스팅에 유입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때론 내 상황, 아픔, 증상의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당신들의 모든 아픔과 외로움을 이겨낼 힘이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